美 석학들 “한·미 FTA 재협상, 큰 실수…中과 무역전쟁 힘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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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제 석학들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에 대해 “미국이 자동차 때문에 FTA 재협상을 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사진 블룸버그]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학 교수. [사진 블룸버그]

지난 4일부터 7일(현지시간)까지 펜실베이니아 주 필라델피아에서 진행된 2018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석학들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을 비판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를 비롯해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 등 거물급 경제학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은 잘못된 가설에 근거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와의 통상협정이 파기되면 미국도 막심한 손해를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 “큰 실수”라고 했다. “미국은 상품수지에서는 적자이지만 서비스수지에서 흑자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면서다. 또 “설사 미국에 불리한 조항이 있더라도 이미 체결돼 시행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한국은 미국이 좋아하는 차를 만들지만, 미국은 그러지 못하기 때문에 자동차 분야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한국을 상대로)무역장벽을 거론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재협상 압박이 한·미 안보 협력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꼬집고, 한국에 대해서도 “서비스부문을 강하게 부각해야 한다”며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조언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중앙포토]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 [중앙포토]

서머스 교수도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과 한미 FTA, 세계무역기구(WTO)는 모두 미국에 유리하다”면서 “이런 것들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중상주의로 간다면 결국 미국의 수출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압박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일으키기 힘들다”면서 “미국이 사실상 국제사회 리더로서 역할을 포기하는 것은 시기상 최악이며 중국이 이런 상황의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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