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항쟁·대통령선거소재 소설 잇달아 발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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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해 6월 민주화투쟁 이후 7∼8월 대규모 노동쟁의,12월대통렴선거에 이르기까지의 급격한 정치·사회적 변화를 다룬 소설들이 잇달아 발표되고 있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이는 소설이 「당대 현실을 총체걱으로 파악하기위한 객관적 인식」 을 필요로하는 장르적 속성때문에시에 비해 현실에 대응하는속도가 느릴수밖에 없다는 통범을 깨뜨리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주목을 끈다.
80년대초반 광주사태라는, 엄청난 충격앞에서 소설이한동안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수밖에 없였던 이유가 표현자유 제약보다는 장르적속성에 있었음을 시와 비교해 상기해볼때 최근 일어났던 정치·사회적 사건들이 소설속으로 흡수되고있는 현상은 소설의 현실대응속도가 급격히 빨라지 고 있음을 시사하는 중요한 변화로 보인다.
지난해 6월 민주화 투쟁을 다룬 첫소설은 중견작가 박태순씨의 중편『밤길의 사람들』.
지난달 「풀빛소설선태 발표된 원고지 3백60장 분량의 이 작품은 명동성당 농성을 정점으로한 6월시위에 힙쓸린 남녀노동자의 시각을 통해 민중의 힘이결집되어가는 과정을 차분히 묘사하고있다.
계간 『세계의 문학』 봄호에 발표된 양헌석씨의 원고지 4백70장 분량의 중편『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타오르고』는 지명수배된 운동권 여대생과 기자의 만남을 기본축으로 삼아 당시열기에대한 객관적 거리를유지하면서 6월항쟁이 갖는 다양한 의미를 충체적으로 담아냈다.
이달말 출간될 계간 『실천문학』 몰포에 실릴 김남일씨의『명동브루스』는 6월명동성당 농성으로부터 7∼8월 노동쟁의에 이르기까지위 시기를 배경으로 변걸한 운동권출신 지식인의행걱을 묘사, 노동운동의 참된 의미를 묻고 있다.
7∼8월 노동자쟁의를 다룬 소설로는 지난1월 출간된 무크지 『노동문학』에 실린 한백씨의 『동지와 함께』,이택주씨의 『탕녀와 폭도』등과 『실천문학』 볼♀에 실린 김하경씨 (신인) 의 『전령』, 방현석씨 (신인)의『내딛는 첫발은』 등이 있다.
이 단편들은 대부분 노동조합결성및 노사쟁의를 둘러싸고 벌어진 회사측의「구사대」 와 노동자들의 충돌을 다루고 있는가하면 노동운동을 왜곡보도하는 언론을 질타하고 있다.
『실천문학』 봄호에 발표된김인숙씨의『강』은 여고생의 시각을 통해 12월 대통령선거를 소설화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선거직전까지민주화에 대한 기대에 들떠있던 전형적 중산층인 아버지가 선거결과가 드러나자 다시 「세상을 무서워할줄 아는 소시민」 으로 돌아가버리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민주화라는 대명제속에서 중산층의 의미를 냉정하게점검해본 소설로 평가된다.
이같이 사회변롸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소설작업들에 대해 문학평론가 서남현·전영태· 이남호씨는 『역사적사건에 대한 올바른 문학척해석은 작가의 「냉각된 시각」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에현실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소설들은 다소 흥분상태를 벗어나기 어렵다』며
『그러나 갈수록 정치·사회적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가고 있는 현상황속에서작가들이 일정한 반성적 거리를 유지하며 동시대를 정리하려는 노력은 「작가적 성실성」 으로 평가해야한다』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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