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향후 대응은] 北 반발하면 中 통해 압박 전략

중앙일보

입력

미국은 이번 6자회담을 통해 북한을 제외한 5개 국가가 연대감을 갖게 됐다며 고무된 분위기다. '한국+미국+일본' 대(對) '북한+중국+러시아'의 구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북한의 가장 든든한 후견국가였던 중국이 회담을 통해 북한에 감정이 상한 것은 향후 커다란 변수가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워싱턴 외교 소식통은 "북한은 그동안 핵 문제에 대해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더블 플레이를 해왔고, 그바람에 미.중 간의 갈등도 존재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 참가국들은 북한의 의도와 주장을 다 함께 확인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이를 통해 북핵 문제와 관련, 중국에 더욱 강한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외교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빅터 차(조지타운대)교수는 "북한은 다음번 회담 이전에 현재와 같은 1대5 구도를 바꿀 비책을 강구할 것"이라면서 "고립감을 느끼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나 핵실험 강행 등 도발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도 1일 "북한이 베이징 6자회담에서 언급한 대로 핵실험을 강행하면 모든 협상을 중단할 것"이라고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북한이 도발(?)하면 유엔을 통한 경제 제재와 함께 한반도 비핵화를 공개 지지한 중국에 대해서도 모종의 조치를 취하도록 압박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은 이달 초 북한이 "대북 압살정책"이라고 강력히 비난해온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회의를 열고, 중순에는 서태평양에서 PSI 차단 군사훈련을 실시키로 하는 등 압박조치도 병행할 계획이다.

결국 백악관이나 국무부가 1일 오전까지 북한의 비난 발언에 대한 반응을 내지 않은 것은 "6자회담은 미국의 구도대로 흘러갔다"는 만족감을 반영한다.

미국 수석대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는 지난달 30일 귀국길에 "생산적인 출발이었다"고 말했고, 같은 날 국무부 낸시 벡 대변인도 "회담은 유익했고, 향후 계속될 것이란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의 왕이 부부장은 1일 오히려 미국을 겨냥하고 나섰다.

회담의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각국의 힘겨루기가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부터 진짜 6자회담이 벌어진다고 해야 할 것이다.
워싱턴=김종혁 특파원kimch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