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대에 오른 기업인장관-이장규<경제부 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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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기업인 출신의 신임 안병화 상공장관. 기업인이 장관되는게 미국같은 나라에서야 예사라고 하지만 우리는 처음이다. 그래서 경제계의 그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각별하다.
사실 우리 경제 풍토에서 기업활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상공장관 자리에 기업인 출신을 앉힌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산하기관이나 다름없었던 한국중공업사장에게 어느날 갑자기 상공 및 통상 행정의 총수자리를 맡겼으니 「모험」이랄만도하다.
혹자는 우리기업도 이젠 장관재목을 배출할만큼 대단히 성숙해졌다고 지적하는가하면, 참신한 기업인을 갖다앉혀 대폭적인 쇄신을 할 수밖에 없을만큼 정부의 상공행정이 뿌리깊이 그릇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에대한 첫번째 기대는 「역의 정책」이다. 지금까지 상공행정의 적폐가 관리중심의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이젠 거꾸로 기업인출신에게 직접 행정을 맡겨 기업중심의 정책을 짜고 꾸려나가 보라는 것이다. 정부 일방의 시혜행정·공급행정을 과감히 집어던지고 경제활동의 주체인 기업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수요행정의 틀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취임한지 20일밖에 안된 처지에서 기대치를 기준해 평가하기는 빠르지만 그는 벌써부터 곤욕을 치르기 시작했다. 가장 골칫거리인 인사문제에 부닥친 것이다.
최근 그는 기자실에 내려와 『고참순도 중요하지만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발탁인사가 중요하다』고 공언했는데, 며칠이 못가 발탁인사가 그처럼 어려운지 몰랐다고 실토하고 있다. 그 자신이 기존질서를 깨뜨리고 발탁된 장관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를 어떻게 치러낼지 자못 궁금하다.
과거 어느 장관도 초장에 그정도 이야기 안한 장관 없다. 그러나 그만둘 때 이야기는 하나같이 『세상일이 여의치않더라』였다. 아무리 큰소리를 쳐봐야 결국은 거대한 조직과 난마처럼 얽힌 이해관계 속에 메아리조차 묻혀버린게 상례였다. 그래서 최초의 기업인출신 상공장관은 여러의미에서 시험대에 올라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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