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암 엇갈린 근로자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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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10일은 이 땅의 9백만 근로자들을 위한 「근로자의 날」.
오후6시 서울당산동남부 근로청소년회관. 근로청소년을 위한 놀이잔치 한마당이 한창 흥을 돋우었다.
널뛰기·활쏘기등 민속놀이에 이어 풍물놀이·장기자랑이 어우러졌고,떡·막걸리등이 푸짐하게 올라왔다. 오후2시부터 있었던 인기가수 라이브쇼의 열기도 곳곳에 남아 있었다.
같은 시간,폭20m 길건너 맞은편 성문밖교회.서울노동조합 운동연합이 주최하는「88임금인상투쟁을 위한 노동자 전진대회」가 열기속에 진행된다.『개정법도 악법이다.노동3권 쟁취하자』
『8시간 노동으로 최저생계비 갱취하자』
최근에 노사분규사태를 빚은 4개 회사 대표들의 투쟁 사례발표 중간중간마다 구호가 메아리쳤다.
같은 시간,여의도 여성백인회관에서도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 주최로「민주노조쟁취를 향한 노동자대회」가 열렸다.
행사장주변에는 회사측의 해고에 반발,분신자살한 인천경기교통 소속 택시운전사 김장수씨를 추모하는 분향대에서 피어나는 향내음이 진동했다.
이맘때 여의도샛강 건너 영등포 시립병원 영안실에서는 또 소리없는 울음이 있었다.
『회사에서 우리의 뜻을 받아들여주지 않으니 먼저 간다며 아이들 데리고 꿋꿋이 살아가라는 전화가 마지막 이었어요.』농성근로자들을 구사대가 감금 폭행한 사실에 격분, 극약을 먹고 자살한 대원전기 근로자 오범근씨(37)의 부인 박희자씨(29)의 목멘 넋두리.
전국적으로 기념식이 열리고 표창장이 주어진 이날, 서울 영등포·여의도일대에서 불과 몇십,몇백m를 사이에 두고 필쳐진「놀이잔치」「결의대회」「쟁취대회」와 한 근로자의 죽음.
근로자의 봄은 과연 어디만큼 왔는가. <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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