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 읽는 내가 폼 나서 좋다, 그래서 읽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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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책방 창업, 책 소개 팟캐스트 운영에 이어 독서일기를 책으로 펴낸 가수 요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책방 창업, 책 소개 팟캐스트 운영에 이어 독서일기를 책으로 펴낸 가수 요조.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눈이 아닌 것으로도

눈이 아닌 것으로도

가수 요조(37)를 해시태그 놀이로 풀면 이렇다. #홍대여신 #김제동의 톡투유 출연 #셀러브리티 책방 개업 선구자 #소설가 장강명과 책 소개 팟캐스트 운영. 대략 시간순이다. 그런 요조가 책을 냈다. 독서일기를 책으로 묶었다.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난다·사진). 지난해 상반기, 하루에 한 권씩 책 읽은 독후감을 모은 책이다. 요조의 책 출간은 그의 해시태그 최근 이력을 감안하면 자연스럽다. 그런데 눈이 아니면 뭘로 읽었다는 건가. 1일 요조를 만났다. 신년 독서 계획은 요조와 함께.

독서일기 책으로 펴낸 가수 요조 #하루 한 권씩, 반년치 독후감 모아

결국 책까지 내게 됐다.
“지난해 편집자 민정 언니(출판사 ‘난다’ 대표인 시인 김민정이다)의 제안을 받았을 때 나름 다른 일들에 정신이 팔려있던 터라 굉장히 쉽게 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해보니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 게 가장 고통스러웠나.
“내가 성실하게 뭘 하는 타입이 아닌데, 성실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고통이었다. 또 하나, 책을 빨리 읽지 못하는 편인데 스스로를 재촉하며 다급하게 읽고 써야 해서 힘들었다.”
책을 읽어 좋은 점은.
“책을 읽는 내가 좋다. 폼나서 좋다. 또 새로운 언어를 알면 알수록 내 사고의 지평이 덩달아 넓어지는 느낌이다. 뭔가 하나씩 깨달을 때마다 기쁘다. 내가 공부를 못해서 그런지 뒤늦게 지적 허영심에 빠져 공부한다는 느낌이 좋다.”

요조의 책일기는 딱딱한 서평이 아니다. 문어체보다 구어체로, 내용보다는 읽으면서 들었던 느낌이나 감정을 전하는 데 열심이다. 사적인 영역도 거리낌 없이 방출한다. 병력(病歷)을 공개하고, 혼전 경험도 슬며시 털어놓는다. 책을 좋아하는 어떤 사람에 대해, 친구처럼 많은 걸 알게 된 기분?

글쓰기는 이런거다, 라는 생각이 있나.
“나 혼자 다짐하는 건 있다. 멋 부리지 말아야겠다는 거다. 내 인생 전체에 해당하는 얘긴데, 중요한 일정이 있어 잘 보이고 싶은 날 멋 부려 화장하면 꼭 망하더라. 그래서 오래 준비한 단독공연을 하는 날은 가장 후줄근한 옷, 제일 편한 옷을 입고, 화장도 최대한 간단하게 한다.”

요조는 “예전에는 동경하는 사람이 읽는 책이나 가깝게 지내는 문인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했다. 하지만 팟캐스트를 하면서 읽는 목록이 바뀌었다. 결코 펼쳐보지 않았을 경제서, 정치 관련 책들까지 다양하게 읽어야 한다. 그런 경험이 “힘들면서도 재미있다”고 했다.

팟캐스트가 아니었다면 안 읽었을 책인데, 읽어보니 무척 좋았던 책은.
“『시민 쿠데타』 라는 책이다. 두 저자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며 그 나라의 정치 제도와 상황, 정치 지도자들을 만나는 얘기인데,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될 무렵 팟캐스트에서 책을 소개했다. 정치에 대해 1도 모르던 내가 그런 책을 읽으며 관심 갖게 됐다는 자체가 뿌듯하기도 하고 멋있기도 했다.”
정치의식을 갖춘 시민으로 각성하는 계기였던 것 같다.
“책방에서 책을 파는 일도 하나의 정치 행위라는 생각을 하게 됐는데, 옛날에는 절대로 하지 못했을 생각이다. 팟캐스트에서 다양한 게스트를 만나 얘기를 들으며 얻고 배우는 게 많다.”
작곡은 물론 작사도 직접 하는데, 독서가 작사에 영향을 끼치나.
“당연히. 그것도 지대하게. 나는 노랫말이 안 써지면 시집을 본다. 어떤 사람이 1년 안에 1억 버는 법, 같은 재테크 책을 읽는 것처럼 치열하게 시집을 찾아본다. 실용서 읽듯 읽는 거다. 물론 작사에 필요한 영감을 얻기 위해서다.”
독특한 시집 독법이다.
“내 노래의 노랫말이 무슨 뜻이냐, 실제 있었던 일을 쓴 거냐, 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절대로 대답을 안 해준다. 시 역시 시 쓸 때 시인의 생각이 있겠지만 어쨌든 시를 읽는 건 나기 때문에 내가 뭘 느꼈는지가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노래를 만들 원동력을 얻는다. 내게 시를 읽는 일은 내 상태를 확인하는 일이다. 내 상태에 따라 같은 시의 독해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피며 내 상태를 확인하는 거다.”

요조는 세상에는 나쁜 책, 좋은 책, 이상한 책, 세 종류가 있다고 했다. 나쁜 책은 읽고 나면 돈밖에 남지 않는 책, 좋은 책은 그런 책을 제외한 책, 마지막 이상한 책이 흥미로운데, 세상의 모든 시집이란다. 요조의 이번 책은 좋은 책과 이상한 책의 중간쯤이다. 직접 확인하시길. (※요조의 책은 난다의 ‘읽어본다’ 시리즈다. 시리즈는 다섯 권이 한꺼번에 나왔다. 시인 장석주·박연준 부부, 예스24 MD 김유리·매일경제 김슬기 기자 부부 등이 나머지 필자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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