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무기 1인 통제 과시 … 트럼프 “지켜 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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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마러라고에서 열린 송년파티에 멜라니아 여사(오른쪽)와 함께 참석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1일 마러라고에서 열린 송년파티에 멜라니아 여사(오른쪽)와 함께 참석했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엔 남북 대화를, 미국엔 “핵 단추가 책상 위에 있다”고 위협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 연설에 대해 “지켜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1일(현지시간) 밤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신년 전야 파티에서 기자들이 김정은 신년사에 대해 묻자 “지켜볼 것(We’ll see)”이라고만 두 차례 반복했다. 파티 인사말에서도 감세 법안 통과 등을 자축했을 뿐 김정은 신년사나 북한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NYT “남북회담은 북핵 해빙 신호 #북, 주한미군 감축 요구 가능성도” #일본선 “한국 동요시키려는 의도” #중국 “북 평창 참가 용의” 신속 보도

미국 언론 및 전문가들은 대미 핵 위협 발언과 대남 화해 제스처가 동시에 나온 데 주목했다. 유언 그레이엄 호주 로위연구소 국제안보국장은 CNN에 “김정은의 오늘 연설은 일종의 승전 선언처럼 내부적으론 핵무기가 자신 1인 통제 아래 있음을 과시하고 미국엔 자신들이 이미 작동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보유해 미국을 억지할 힘을 갖췄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김정은 연설 전이지만 마이크 멀린 전 미국 합참의장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미국은 북한과의 핵전쟁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며 “북한의 핵 개발 억제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인 접근과 도발적인 수사가 있는 시점에서 외교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할 기회가 보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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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는 “과거에도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발언은 많았지만 잘 실현되지 않았다”며 “한국을 향한 김정은의 유화 발언들은 한·미 동맹의 사이를 틀어지게 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의 남북대화 제안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휴전 제안을 한 것”(블룸버그), “올리브 가지를 내민 것”(WP)이라는 등 향후 협상에 기대를 거는 전망도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김정은의 남북회담 제안은 북핵 위기의 해빙이 가능할 수 있다는 신호”라며 “북한이 지난해 11월 ICBM 발사 직후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협상을 시작하려 나설 수 있다”고 보도했다. 평창올림픽 참가를 위한 남북대화를 계기로 앞으로 미국과의 직접 대화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도 지난해 12월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연설에서 “북한과 조건 없는 대화를 할 수 있다”며 “북한은 대화 전에 위협적 행동의 지속적 중단이 있어야 한다”며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요구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핵 포기를 위해 최대한의 군사·경제·외교적 고립으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협상이 쉽게 열리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NYT는 “미국과의 어떤 대화에서든 북한은 핵무장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주장을 고수할 것”이라며 “북한이 ICBM은 포기하는 대신 나머지 핵무기를 갖고 경제제재 완화와 주한미군 감축을 대가로 얻는 일종의 군축협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이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은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이면서도 핵 단추를 언급하는 등 위협 수위를 높인 배경에 주목했다.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ICBM 위력을 배경으로, 직접적 위협인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기점으로 삼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TV도 “미국이 강경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창올림픽 참가를 지렛대로 한국을 동요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핵 단추가 책상 위에 있다”는 발언보다는 김 위원장이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용의를 밝힌 사실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모바일 속보 서비스를 통해 “조선(북한)은 평창올림픽에 대표단을 파견해 참가하는 등의 사항을 한국과 협의할 의사가 있음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관영 신화통신과 국영 중국중앙방송(CC-TV) 역시 모바일 속보로 같은 내용을 신속하게 전했다.

워싱턴·베이징·도쿄=정효식·예영준·윤설영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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