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파 女박사가 美 명문대 교수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한국 토종박사로서 제 이름이 부끄럽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어요. 무엇보다 제가 새로운 업적을 보여줘야 더욱 많은 후배가 미국 대학에서 활약할 수 있겠지요."

지난 8월 미국의 명문대인 펜실베이니아 주립대(Pennsylvania State University)의 수학과에 조교수로 임용된 이애자(李愛子.32)씨의 각오다.

李교수는 국내 이공계 대학만을 거친 '순 토종' 여자 박사여서 적잖은 화제를 낳고 있다. 이번에 이공계 분야에서 미국 명문대학의 수재들을 당당히 물리치고 교수로 임용됐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는 미국 동부.중부 명문대들의 모임인 '빅 텐 유니버시티스(Big Ten Universities)' 가운데 하나며, 이 대학 수학과는 정수론 분야에 훌륭한 석학들이 많기로 유명하다.

李교수는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8월 KAIST에서 'Lecture Hall Partitions의 조합론적 이해'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李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했던 김동수(金東秀)교수는 "한국에서 수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 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임용된 것은 매우 드문 사례"라며 "이번 임용은 국내 출신 박사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 쾌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李교수는 문제를 이해하고 푸는 과정에서 집중력이 뛰어나다는 인상을 주곤 했다"며 "이번 임용으로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한 국내에서 젊은 학생들이 희망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李교수는 2000년 말 한국과학재단 연수자로 선정돼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포스트 닥' 연수를 해왔고, 올해 초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직에 지원했다. 李교수가 이번에 임용된 데는 지난 3년간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20여편의 논문을 실은 게 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李교수는 "앞으로 자연수 분할 이론과 q-급수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펜조지 앤드루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교수와 연구를 함께 하면서 좋은 논문을 많이 쓰고 싶다"고 밝혔다.

하재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