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고용허가제 첫날] 강제출국 불안, 창구 썰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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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외국인 고용허가제 시행 첫날인 1일 경기도 안산시 고잔동 안산노동사무소 1층 고용안정센터.

이날 오후 2시 현재 취업 체류 자격을 받기 위해 취업확인서 발급을 신청한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는 16명에 불과했다.

6백여명의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내다보고 주차장에 임시 접수대까지 설치했던 센터 측은 예상밖으로 저조한 신청률에 어리둥절해 했다.

신용식 안산고용안정센터장은 "첫날이어서 그런지 외국인 근로자들이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본뜻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강제출국이란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외국인이 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체류 기간 4년 미만자로 직장이 있는 사람만 합법체류 대상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나온 외국인 근로자도 제법 눈에 띄었다. 이들은 센터에 자신도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항의소동을 빚기도 했다.

국내 체류 6년6개월째인 스리랑카 출신 에드리(36)는 "나는 한국말도 잘하고 일도 잘하기 때문에 사장이 매우 좋아한다"며 "외환위기 때 월급도 제대로 못 받았고 고용허가제 역시 우리들이 투쟁해 얻은 것인데 고생만 잔뜩 한 장기 체류자들을 모두 가라면 누가 나가겠느냐"고 따졌다.

이날 전국 1백55개 고용안정센터 가운데 다음달 말까지 취업확인서 발급을 해주는 69개 고용안정센터에는 예상과 달리 불법 체류 외국인들의 발길이 뜸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당초 첫날부터 혼잡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그동안 출국 유예조치가 수차례 반복되는 것을 경험한 불법 체류 외국인들이 '신청 안 해도 무방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석을 전후로 해서 한꺼번에 신청 인파가 몰려들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엄태민 기자<vedia@joongang.co.kr>
사진=조용철 기자 <youngcho@joongang.co.kr>

<사진 설명 전문>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됨에 따라 10월 말까지 외국인 불법체류자에 대한 합법적 취업자격이 부여되고 있다. 1일 경기도 안산시 노동부 고용안정센터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취업확인서를 발급받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안산=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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