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생에 바란다 대학총장들 치사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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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대학이 새가족을 맞았다. 자율화분위기에 넘친 대학에서 이들을 맞은 총장들의 기대와 당부는 어느 때보다 크고 간곡했다.
외풍에 시달려온 종전의 허약함에서 벗어나 스스로판단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의지와 자기반성이 특히 강조됐다.
서울대 조완규총장은 『오늘 우리사회는 모든 분야에서 많은 변화가 일고 있으며, 이 역사적 전환기에 대학은 무엇보다 자율성이 요구되고 있다』며『우리사회가 놓인 역사적 위치와 대학인의 사명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우리사회가 민주적 가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가를 시험받는 중요한 국면에 처해있다고 오늘을 진단한 고대 이준범총장은 『어떤 비합리적 도그머나 강요된 권위에도 예속되지 않고 참된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정신을 정립해나가자』고 말했다.
「학원의 민주화, 사상의 민주화, 생활의 민주화」를 강조한 경희대 조영식총장은 현재와 미래의 세계를 이끌어 갈 원리는 민주정신에 투철한 인재육성이라고 했다.
총장들은 이와 함께 민주·자율엔 책임이 따르며 학생들은 진리탐구의 본연자세에 충실해 대학을 「면학의 장」으로 회복시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성대 김용훈총장은 『규율과 책임이 따르지 않는 행동은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 무절제한 방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고, 숙대 김옥렬총장도 『날카로운 비판의식과 새로운 가치창조를 향한 젊은이다운 열정과 정의감은 필요한 것이지만 대학인 스스로가 자율적으로 형평을 잃지 않는 성숙함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대 이재철총장도 『대학자율화의 성취를 위해 질서와 책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자』고 말했고, 동국대 이지관총장은 「과거의 일을 알고자 한다면 지금 내가 받고 있는 그대로 이고, 미래의 내모습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그대로다」는 부처님 말씀을 인용, 학생본연의 면학자세를 강조했다.
단국대 장충식총장은 『오늘날 국민의 관심이 대학에 집중되고, 대학에 거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것은 우리사회가 급변하는 상황에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 연구와 인격의 도야, 교육이란 대학의 목적이 다른 것으로 오용된다면 대학은 혼란을 면치 못하고 그 국민은 불행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총장들은 특히 진리탐구에 있어서 단순한 지식의 습득이 아닌 이성과 비판을 갖춘 지성의 형성을 충고했다.
외국어대 박필수총장은『참된 지성인의 요건이란 현실의 갖가지 변화를 공정하게 꿰뚫어 보고 건설적인 비판을 가할 수 있는 지적 역량』 이라며 대학생활중 편견과 독선에 치우치지 않는 지성의 연마를 당부했다.
건국대 권령찬총장도 『지시와 설명으로 습득해온 과거의 지식과 달리 대학의 공부는 스스로 찾고 깨우치는 것』이라며 토론과 비판을 통해 진리의 새로운 지평을 향해 나아가자고 말했다.
한양대 한상준총장은 학문하는 자세를 강조, 『자신이 선택한 학문의 길을 곧바로 신념을 갖고 전진할 때 지식이 늘고 성숙되어 가는 자기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연세대 안세배총장은 『국제화시대를 맞아 외국어습득 및 세계의 문화·역사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우리의 것에 대한 지식을 더욱 알차게 가꿔야한다』고 말했다.
이대 정의숙총장도 『대학인은 총체적인 품격을 갖춘 바탕에서 이론과 실천이 결합되고 교양과 전문교육을 통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전제, 『학문과 인생과 예술과 삶을 마음껏 노래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대학인이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대학총장들의 한결같은 당부는 꿈과 낭만을 구가하는 생활 속에서 책임이 따르는 자율을 누리고 미래를 준비해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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