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2일 도쿄선 처음으로 북한 미사일 대피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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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본 정부가 수도 도쿄(東京) 한복판에서 미사일 대피 훈련을 벌일 계획이다. NHK는 “정부가 전국적으로 실시 중인 탄도미사일 발사를 가정한 주민 대피 훈련을 도쿄 도심부에서 다음달 22일 처음 실시하기로 했다”고 27일 보도했다.

역·야구장 등 인구 밀집지 이례적 #“정부 과도한 불안감 조성” 지적도 #3월 이후 주로 동해 인접 25곳 실시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비한다는 차원이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과도하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 정부는 지난 3월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와 협조해 전국 25개 시·정(町)에서 미사일 대피 훈련을 했다. 그동안 훈련은 아키타(秋田)현 오가(男鹿)시, 야마구치(山口)현 아부초(阿武町) 등 주로 동해에 인접한 곳을 중심으로 실시돼 왔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수차례 일본 측 배타적 경제수역(EEZ) 안에 떨어진 점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인구 밀집지역에서 이런 훈련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교통 통제를 비롯해 유관 기관 사이에 많은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동안 도심에선 거의 실시되지 않았다고 NHK는 전했다.

훈련은 도쿄 분쿄(文京)구에 있는 도쿄메트로 고라쿠엔(後樂園)역과 야구장이 있는 도쿄돔시티 유원지 주변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쿄의 번화가 중 한 곳이다.

가상의 적국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직후 전국순간경보시스템(J얼럿·J Alert)이 발령되자 매뉴얼대로 튼튼한 건물의 실내와 지하철 역사 안으로 대피한다는 게 이날 훈련 계획이다.

J얼럿이 가동되면 개인 휴대전화로 경보음과 함께 순식간에 긴급 대피 문자가 전파된다. 이번 훈련에는 인근 주민 250여 명이 참가한다. NHK는 “일본 정부는 앞으로 다른 도심지 인구 밀집지역에서도 훈련을 확대 실시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점증하는 북한발 위협은 미국도 자극하고 있다. 지난달 1일 미국 당국은 하와이에서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핵공격 대피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훈련은 핵공격 발생을 알리는 대피 사이렌을 울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29일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을 시험 발사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일부 전문가는 북한이 고각이 아닌 정상 각도로 발사했다면 워싱턴도 타격할 수 있을 만큼 사거리가 늘어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한반도 유사 상황에 대비한 주한 일본인 대피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 정부의 협조도 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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