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미망인’이란 표현은 실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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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지난가을 가수 김광석씨의 부인 서해순씨 얘기로 세상이 떠들썩했다. 영화 ‘김광석’으로 촉발된 그의 사망 의혹과 관련해서다. 딸의 유기치사 혐의도 불거졌으나 서씨는 무혐의 처분받았다.

이 과정에서 서씨를 ‘미망인’으로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미망인은 남편과 사별한 이를 고상하게 표현하거나 예우하는 말이 아니다. 사실 뜻을 알고 나면 선뜻 입에 담기 어려운 단어가 미망인이다.

『춘추좌씨전』에서 연유한 이 말을 글자 그대로 풀면 ‘아직(未) 따라 죽지(亡) 못한 사람(人)’이 된다. 남편이 죽고 홀로 남은 여자를 이르는 이 말 속에 남편을 따르지 못하고 있는 죄인이란 의미가 담긴 셈이다. 가부장적이고 시대착오적인 말로 지목돼 온 이유다.

이번에 국립국어원도 본래의 의미를 버리고 ‘남편을 여읜 여자’로 뜻풀이를 수정했다. ‘다른 사람이 당사자를 미망인이라고 부르는 것은 실례가 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본인이 겸손의 뜻으로 스스로를 ‘미망인’이라고 할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이 죽은 이의 부인을 부르는 호칭으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성차별적 요소를 담고 있는 ‘미망인’이란 말을 굳이 고집할 이유가 없다. 남의 아내를 높여 이르는 말로 ‘부인’이란 표현이 있다. 상황에 따라 ‘고(故) ○○○씨의 부인’ ‘고인의 부인 ○○○씨’ 등과 같이 쓰면 된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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