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감사하는 마음이 '행복지수' 높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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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가난한 부부가 아침 일찍 밭으로 나간다. 하루 종일 땀 흘려 일한다. 일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은은하게 울려퍼진다. 종소리를 들은 부부는 두 손을 모아 감사 기도를 드린다.

프랑스의 화가 밀레(1814~1875)가 1859년 완성한 '만종(晩鐘.55.5×66㎝.파리 오르세미술관 소장)'에 담긴 모습이다.

밀레는 이 그림을 통해 무얼 말하려고 했을까?

아마도 사랑과 노동과 신에 대한 감사(신앙)일 것이다. 건강해서 일할 수 있고 보람을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그래서 스스로 행복을 깨닫고 감사하는 것이다.

미국의 한 미술평론가는 '만종'을 "사랑과 노동과 신앙을 그린 인생의 성화(聖畵)"라고 평했다.

감사란 고마움을 나타내는 마음이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1861~1941) 는 "감사의 분량이 곧 행복의 분량"이라고 봤다.

그런 면에서 현대인들 대다수는 불행하다. 감사를 모르거나 아예 잊고 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5일 경부선 서울 영등포역에서 철도 역무원 김행균(42)씨가 위험지역에서 놀던 어린이를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두 발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본지 7월 26일자 6면).

철도청은 사고가 난 뒤 열차 승객으로 보이는 어린이와 보호자를 찾았지만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아름다운 철도원'의 이야기가 국민적 관심 속에 언론에 오르내렸으니 그 어린이의 부모가 모를 리는 없었을 것이다.

물에 빠진 어린이를 구하고 대신 죽는 의인들이 나오지만 생명을 건진 아이와 부모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01년 1월 26일 일본 도쿄의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살신성인(殺身成仁.옳은 일을 위해 자기 몸을 희생함)한 유학생 이수현씨를 기리는 일본 국민의 열기는 지금까지 식지 않고 있다.

독일의 문호 괴테(1749~1832)는 "가장 쓸모없는 인간은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이라고 말했다.

남에게 은혜를 입었을 때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빌 게이츠 등 세계의 저명한 최고경영자(CEO) 50명의 10가지 특징을 다룬 'CEO가 되는 길'(토머스 J 네프 .물푸레.2000)에선 성공한 사람들은 삶을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늘 감사하며 산 공통점이 있음을 보여준다.

감사할 줄 모르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나만이라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면 나중엔 주위에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이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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