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호 점포 돌파한 세븐일레븐 재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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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일본 내 최대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 재팬의 점포가 1일 1만개를 넘어섰다. 이날 일본 전역에서 18개 점포의 문을 새로 연 세븐일레븐의 일본 내 지점수는 1만2개가 되었다.

소매업체가 한 나라에서 1만개의 체인점을 거느리는 것은 세계 최초로, 일본 언론들은 "끊임없는 자기혁신과 사고의 발상이 이뤄낸 쾌거"라고 평가했다.

1만점 돌파는 1974년 제1호점이 생긴 이후 30년 만의 일로, 회사 측은 "내년 3월까지 수지가 안맞는 3백개 점포를 폐쇄하고 대신 1천점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멍가게'에서 유통계의 '거함'으로=73년 모회사인 이토요카도가 미국의 세븐일레븐 본사와 제휴, 74년 첫 점포를 낼 때만 해도 세븐일레븐은 그냥 '늦게까지 영업하는 구멍가게' 중 하나였다. 그러나 각종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꾸준히 성장해 91년에는 아예 미국의 세븐일레븐을 사들였다. 현재는 일본 내 백화점.수퍼마켓 체인을 통틀어 가장 덩치가 큰 유통회사로 자리잡았다.

세븐일레븐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2천1백32억엔(약 22조원)으로 2001년도에 비해 4.7% 늘었다. 단지 점포수가 많아 매출액이 많은 것은 아니다. 점포당 매출액 면에서도 세븐일레븐은 다른 편의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세븐일레븐은 편의점을'독신자용 냉장고'에서 '가정.사무실의 생활지원 거점'으로 변신시켰다"고 극찬했다.

◆성장 비결은 '독자상품 개발'=올 여름 세븐일레븐이 아사히음료와 공동 개발해 독자상품으로 내놓은 '도초(凍頂)우롱차'는 대히트를 쳤다. 기존 우롱차와 전혀 다른 향긋한 차의 맛이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지난 7~8월 냉하(冷夏)로 전체 편의점의 매출액이 월평균 7% 이상 감소할 때 대다수 편의점은 하늘만 쳐다보며 날씨 탓을 했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은 잽싸게 '추운 여름, 따뜻한 오뎅(어묵)은 어떨까요'란 컨셉트로 예년의 경우 10월에나 벌이던 '세븐일레븐 오리지널 어묵' 판매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이 시도는 그대로 적중했다. '여름'이라는데 얽매이지 않고 '추운 날씨'에 착안한 기동력있는 대응 덕분이었다.

이처럼 세븐일레븐의 경우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독자상품의 비율이 52%로 다른 업체의 배 수준이다. 남이 만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물건만 팔아서는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예컨대 컵라면.주먹밥.화장품.장난감 등도 독자적으로 또는 다른 업체와 제휴해 세븐일레븐만의 것을 만들어 낸다. 이같은 독자상품 외에도 세븐일레븐은 발상의 전환도 선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최고 인기그룹인 '케미스트리'의 최근 신곡이 가장 먼저 흐른 곳은 레코드 가게나 TV.라디오가 아니라 바로 세븐일레븐이었다. 음반이 출시되기 3주 전부터 세븐일레븐에서만 그 곡을 독점적으로 틀 수 있도록 음반회사와 계약해 많은 팬을 세븐일레븐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었다.

또 최근 백화점 등에서 쓰는 고전적 방법인 시식 코너를 편의점 안에 설치한 것도 이에 익숙해져 있는 중.장년층을 겨냥한 것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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