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 의사도 안 나오다니"…사망 신생아 유족 병원 간담회 결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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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의 유가족들이 20일 병원과의 첫 간담회 결과를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의 유가족들이 20일 병원과의 첫 간담회 결과를 밝히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화여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의 유가족들은 병원 2층 대회의실에 들어간 지 23분 만에 회의실을 나왔다.

20일 오후 2시10분부터 시작된 병원 측과의 첫 간담회는 시작된 얼마 되지 않아 유족들의 고성이 들려왔다. 취재진 등 외부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비공개 간담회였지만 바깥으로 소리가 들렸다.

간담회에는 사망 신생아 4명의 부모가 전원 참석했고 병원 측에서는 병원장과 진료부원장, 감염관리실장, 그리고 신생아중환자실 실장인 조모 교수 등이 들어왔다.

간담회가 시작된 지 약 20분이 지났을 무렵 회의실 안에서 "분명히 똑바로 하라고!""진료를 보려고 지금 못 온다고?"라는 말이 나왔다. 사망 신생아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무언가 손으로 내리치고 발로 차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23분만에 회의실에서 나온 가족들은 입장을 정리한 뒤 포토라인 앞에 섰다. 유족 측에 따르면 간담회 자리에서 유족들이 요구한 사항은 두 가지였다. 먼저 사고 당시 의료 행위를 한 당사자와 지난 17일 브리핑을 진행했던 담당자들의 참석, 그리고 비전문가인 부모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된 15일과 16일 사망 당시까지의 처치 과정 자료였다.

사망 신생아의 아버지 조모씨는 "병원 측이 준비한 건 단 몇 줄로 요약된 각 아이의 사망 과정이었고 일부 아이의 간호 기록은 병원이 제공한 자료와 일치하지도 않았다. 또 아이들의 담당 의사와 간호사 등 실무 의료진은 처음부터 참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모든 유족이 생업을 뒤로 하고 참석했지만 병원 관계자들의 성의와 준비 부족으로 면담은 의미없이 끝났다"고 주장했다.

유족 측 반발에 한 병원 관계자는 "아무래도 첫 간담회 자리이다보니 언성이 높아진 것 같다. 유족의 요구가 있으면 언제든 다시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대목동병원은 유족 간담회 하루 전인 19일 오후 전원·퇴원 신생아 가족들과도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신생아(현재 전원)의 아버지 김모씨는 "병원 측에 위생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했는데 제대로 된 답변 없이 '정부기관 조사 결과를 보고 말하겠다'고 하더라. 보상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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