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기가 이대목동병원을 가장 늦게 떠난 이유는

중앙일보

입력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가 난 11층 중환자실이 18일 폐쇄됐다. 이날 오후 병원관계자가 사망사고와 관련한 자료를 찾기위해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최승식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고가 난 11층 중환자실이 18일 폐쇄됐다. 이날 오후 병원관계자가 사망사고와 관련한 자료를 찾기위해 중환자실로 들어가고 있다. 최승식 기자

지난 16일 밤 이대목동병원은 신생아 4명이 잇따라 사망하자 신생아 중환자실을 비웠다. 16명의 아기들을 일반 병실로 옮겼다. 대부분은 밤사이 부모가 도착해 곧바로 조치를 취했다. 3명은 퇴원했고 7명은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그럴 수 없는 아기 2명은 17일에도 병원을 쉽게 떠나지 못했다.

이대병원 신생아중환자실 폐쇄 후 #무연고 신생아 2명 병원 바로 못 떠나 #보호자 없어 17일 오후까지 대기 #한 아이는 생모가 입양 원해 #아직 생후 1주일 입양숙려기간 중 #병원 직접 찾아와 아기 찾아가 #두 달 전 보육원 앞에 버려진 아이도 #건강상태 안 좋아…서울의료원 전원 #구청 "다음주 해외입양? 사실 아냐"

둘 다 데려갈 부모가 없었다. 병원에 ‘보호자 없음’으로 표기된 아기들이다. 한 아기는 17일 오후 늦게 부모가 나타났다. 생모였다. 생모는 출산 전 입양기관에 입양할 의사를 밝혔고 그 기관으로 인계된 상태였다. 이 아이는 생후 7일이 지나지 않아 아직 입양 숙려(熟慮, 곰곰이 생각하거나 궁리함) 기간에 들어 있었다. 입양숙려제는 친부모가 아이를 낳고 최소 일주일이 지나야 입양에 동의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병원은 생모의 연락처를 몰라 입양기관에 연락했고, 이 기관이 병원의 상황을 생모에게 알렸다. 이날 저녁에 생모가 나타나 아이를 데려갔다. 숙려 기간은 19일까지다. 병원 측은 “생모가 입양 결정을 철회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한 아기는 지난 10월 서울 강서구의 한 보육원 앞에 버려졌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아이를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겼고 병원에서 강서구청에 연락을 했다. 기아·미아 등 보호 아동이 발생하면 아동복지법에 따라 구청에서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한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미숙아였고 건강 상태가 안 좋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아기가 해외 입양을 앞두고 있다고 알려졌는데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친부모는 아직 찾지 못했다. 17일 오후 공공의료기관인 서울의료원으로 옮겨졌다. 병원비는 지자체에서 지원한다. 아이의 상태가 좋아지면 보육원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이대목동병원 관계자는 “두 명의 아이가 부모가 없는 것으로 돼 있어서 사고 발생 후 어떻게 처리할지 임의로 결정할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절차에 맞게 퇴원·전원 조치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두 아기는 병원을 떠난 뒤 감염 등 특별한 이상 증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