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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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천년 전 성서시대에도 그랬다. 구약과 신약에선 오른손을「힘의 손」,「축복과 능력의 손」으로 표현하고 있다. 조물주는 오른손으로 우주를 창조하고 백성을 구원했다. 하느님의 오른쪽 자리는 또 위엄과 명예의 자리였다. 오른쪽은 성전의 남쪽을 가리키는데 이것은 따뜻하다는 뜻도 담고 있다.
반대로 왼쪽은 성서에서 이상하게도 기만과 살의로 묘사되고 있다. 영어 레프트의 어원인 리프트(lyft)는 허약하다는 뜻이었다. 고대 로마시대엔 점성가가 주피터신전 언덕에 올라 하늘을 좌우로 나누어 왼쪽에 새(조)가 날고 있으면 흉조로 예언했었다.
한자「좌」의 상형은 왼손모양을 나타내지만 글자 풀이로는「그를」좌,「어긋날」좌, 「심술」좌라고 했다. 좌 항이나 좌천 모두 좋지 않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우익, 좌익이란 말이 이데올로기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말부터였다. 1789년 프랑스 대 혁명 때 헌법제정회의는 의장 석을 가운데 두고 오른 쪽엔 지롱드 당(온건파), 왼쪽엔 자코뱅 당(급진파)을 앉혔다. 그것이 유래가 되어 오늘까지도 좌익은 진보적, 급진적, 무정부주의적,혁신주의적,사회주의적,공산주의적등 복잡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선 20세기 초 일본이 번역해 쓰기 시작한 좌경이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했다. 나중엔 좌익이라는 말로 바뀌었지만 무정부적 급진세력이라는 뜻은 변하지 않았다.
검찰당국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좌경」,「용공」이라는 말 대신「체제파괴」,「친 북괴폭력」이라는 말을 쓰기로 했다. 좌경, 용공은 빨갱이, 또는 조작이라는 인식을 준다는 것이다.
「체제파괴」나「친 북괴폭력」이라는 단정적 용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신뢰를 주는 말일지는 두고볼 일이지만 좌경이나 좌익이라는 말을 없앨 정도인지 모르겠다. 불신이라는 말을 없앤다고 불신이 없어지느냐 말이다. 문제는 용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확신을 주지 못하는 수사와 발표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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