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안전? 홀로서기 과시?…김정은 '홀로 참배'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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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6주기(17일)를 맞아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18일 보도했다. 금수산기념궁전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장소로, 김정은은 매년 1월 1일, 김일성·김정일의 생일이나 추모일 등 각종 기념일에 이곳을 찾고 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6주기 맞아 김정은 홀로 참배 #예년 동행했던 당ㆍ정ㆍ군 고위 간부들 김정은과 별도로 #참배 소식 당일 전했던 예년과 달리 하루 늦게 전한 것도 차이 #신변안전 위한 동선 노출 축소, 홀로서기 과시, #추가도발 준비 등 다양한 해석

올해 김정은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는 예년과 두 가지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7일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18일 전했다. 북한 언론들은 예년과 달리 그가 혼자 서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7일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했다고 북한 관영 언론들이 18일 전했다. 북한 언론들은 예년과 달리 그가 혼자 서 있는 모습을 보도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우선, 김정은 ‘홀로 참배’라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북한 언론들은 김정은이 당·정·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참배했다고 전했다. 김정일 사망 3주기인 2014년까지는 부인 이설주도 동행했다. 5주년이나 10주년 등 소위 ‘정주년’이 아닌 4주기(2015년)에도 군 고위 간부들을 대거 이끌고 참배했고, 북한 언론들도 이 모습을 그대로 보도했다. 하지만 올해는 북한이 공개한 사진(2장)이나 그의 동정을 보도한 각종 언론도 참석자들을 밝히지 않았다. 북한 언론들은 "국가·군대 책임일군(일꾼)"과 "당 중앙위 책임일꾼들이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아 경의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예전 김정은과 동행했던 고위 간부들이 별도로 참배를 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4주기인 2015년 12월 17일 0시 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4주기인 2015년 12월 17일 0시 군 고위 간부들을 대동하고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9시 당 정 군 고위 간부들과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17일 오전 9시 당 정 군 고위 간부들과 금수산기념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또 북한 언론들이 하루 늦게 공개한 것도 차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하루 뒤 보도하고는 있지만, 참배 소식은 ‘0시’‘9시’ 등 시간까지 특정해 당일 조선중앙통신 등을 통해 알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하루 늦게 이 사실을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인 2014년 12월 17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부인 이설주도 함께 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인 2014년 12월 17일 0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부인 이설주도 함께 했다. [사진 조선중앙통신]

이와 관련 김정은의 신변안전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있다. 전직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이후 미국의 군사적 행동이나 참수 부대 동원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미국이 최근 폭격기나 F-22 등 스텔스 전투기를 한반도에 보내 훈련을 한 상황에서 김정은이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신변안전 차원에서 참모들이 예년과 다른 동선을 짜고, 노출을 최소화했을 것이란 얘기다.

‘홀로서기 과시’ 또는 추가 도발 점검 등을 위해 지방에 갔다가 일정상 밤늦게 참배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정창현 현대사연구소장은 “김정일보다 권력승계 기간이 짧았던 김정은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遺訓) 통치를 펴나가면서도 자신의 권력 공고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혼자 참배를 함으로써 홀로서기에 성공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메시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참배할 때 당이나 군 주요 간부들이 함께했지만 이번엔 의도적으로 이들을 배제한 연출일 수 있다는 뜻이다. “(김정은이)더욱 억세게 싸워나갈 엄숙한 맹세를 다졌다”고 보도하며 북한이 공개한 사진도 예전 김정일 동상(밀랍)을 향해 90도로 절을 하는 장면이었지만 올해는 혼자 꼿꼿이 서서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이었다.  .

정보 당국이 특히 주목하는 건 그가 참배를 미루고 미사일 발사시설 등을 점검했을 가능성이다. 김정은은 공개활동을 중단하는 경우 미사일이나 핵시설을 찾아 미사일 시험발사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2일 8차 군수공업대회 폐막식 이후 닷새 만에 그의 동정이 나온 점을 고려하면 그가 추가 도발 준비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는 “김정은은 미국과 결판을 보겠다는 의도로 언제든 추가도발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며 “참배에 앞서 장거리미사일 등을 점검하고 기상 등의 이유로 늦게 나타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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