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식사를 … 진짜 맛 느껴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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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암흑식당 '당 르 누아'의 파리 본점. 검은 커튼 때문에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영국 런던에 암흑 식당이 등장했다. 문자 그대로 촛불 하나 없는 암흑 속에서 식사를 해야 하는 곳이다. 이름이 '당 르 누아(Dans Le Noir)'다. 불어로 '어둠 속에서'란 뜻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과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최근 개업한 이 식당 체험기를 1일과 2일 각각 실었다. 기사의 공통점은 "깜깜한 곳에서 밥 한 끼 먹기 정말 힘들더라"는 것이다.

두꺼운 검은 커튼으로 빛을 완전히 차단한 식당 안에서 손님들은 메뉴를 고르기는커녕 자신들이 뭘 먹고 있는지조차 알기 힘들다. 데일리 텔레그래프 기자는 훈제 연어를 파스타로 알고 먹었고, 생선 요리를 고기 요리로 착각했다고 털어놨다. 가디언 기자도 생선 종류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

식당 안에서 이동하는 일도 보통 일이 아니다. 들어오고 나갈 때는 어린이들이 기차놀이 하듯 앞사람 어깨에 손을 얹고 한 줄로 이동해야 한다. 어둠에 익숙한 시각장애인 종업원이 맨 앞에서 손을 잡고 안내한다. 스스로 물이나 와인을 따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본의 아니게 다른 사람의 포크나 물잔을 집어들 수도 있다. 화장실에 갈 때도 종업원의 도움이 필수다. 휴대전화 액정화면을 보거나 라이터 불을 켜는 등 '어둠을 망치는' 행위는 철저히 금지된다.

에두아르 드 브로글리(43) 사장은 "어둠 속에선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이 깨어난다"며 "우리 식당은 음식의 진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어둠 속의 식사라는 개념은 18세기부터 있었다"며 "프랑스.스위스의 자선재단이 시각장애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해 마련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암흑 식당이 개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 르 누아' 본점은 1년 반 전부터 프랑스 파리에서 영업 중이다. 지금까지 6만여 명이 다녀갔다. 연간 수익의 10%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쓴다고 한다.

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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