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선물 개장 6시간 만에 20% 급등…현물 열기 선물로 넘어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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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11일 오전 8시(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시작됐다. [AFP=연합뉴스]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11일 오전 8시(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시작됐다. [AFP=연합뉴스]

비트코인이 월스트리트에 데뷔했다.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10일 오후 5시(현지시간ㆍ한국 시간 11일 오전 8시)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시작됐다. 비트코인을 포함, 암호화폐 거래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BOE, 비트코인 선물 거래 시작 #가격 급등에 2차례 서킷 브레이커 #규모 작은 거래소가 벤치마크 기준 #보안 취약, 가격 안정성 우려도

비트코인 선물 거래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가격 하락에도 베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블룸버그통신은 11일 “비트코인이 과열됐다고 보는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선물 거래로 비트코인 가격이 조정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11일 오전 8시(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시작됐다. 사진은 CBOE 홈페이지. [AP=연합뉴스]

비트코인 선물 거래가 11일 오전 8시(한국시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시작됐다. 사진은 CBOE 홈페이지. [AP=연합뉴스]

하지만 일단 출발에서는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많았다. 비트코인 선물은 거래 시작 6시간여 만인 한국 시간 오후 2시 현재 1월 17일 인도분 계약이 2300여건 체결됐다.

1만5000달러에서 시작된 거래는 현재 1만8000달러를 넘어서 약 20% 가격이 올랐다. 한 때(오후 12시38분) 1만8690달러까지 치솟았다. 가격이 급등하자 두 차례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현재 비트코인 실물 국제 평균 시세는 약 1만6699달러 선이다.

비트코인 선물은 미래의 일정 시점에 비트코인 가격이 얼마가 될지를 놓고 매수자와 매도자가 맺는 계약의 일종이다. 투자자들은 상승 또는 하락에 베팅할 수 있다. 만약 주요 투자자들이 하락에 베팅하면 비트코인 가격은 서서히 내려가게 된다. 비트코인이 과열됐다고 보는 일부 헤지펀드는 하락 베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 선물은 비트코인 실물 가격을 지표로 삼는다. CBOE 비트코인 선물은 가격 기준이 될 거래소로 제미니 거래소(Gemini Exchange) 한 곳과 손을 잡았다. 18일 CME가 출시하는 비트코인 선물은 비트스탬프 등 4개 거래소 가격 평균을 기준으로 삼는다.

문제는 이들 거래소가 비교적 영세하다는 점이다.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거래소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CBOE 비트코인 선물이 가격 지표로 삼는 제미니 거래소는 하루 평균 거래량이 130만 달러에 불과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은 143억5000만 달러에 달한다. 전체 거래량에서 제미니 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0.009%에 불과하다.

변동성이 큰 비트코인 가격도 비트코인 선물 거래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비트코인 현물 시장은 거래 안전장치가 없어 가격 급등락이 반복되고 있다. 3일 전 비트코인은 GDAX 거래소에서 단 90분 사이에 2만 달러 근처까지 폭등했다가 1만6000달러로 떨어졌다.

이를 근거로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비트코인 선물 출시가 너무 빠르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주요 기관 투자자들이 회원인 선물산업협회(FIA)는 최근 규제 당국에 공개서한을 보내 선물 출시가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FIA는 “비트코인 선물을 거래하기에는 공공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며 “선물 상품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한 검토가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해킹 또는 기술 미비로 인한 거래 지연ㆍ중단 등의 문제도 선물 시장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비트코인의 40%를 소유하고 있는 큰손 ‘고래’들이 담합을 통해 가격을 조종할 수 있는 문제도 선물 거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ME가 벤치마크 기준으로 활용하는 비트스탬프 등 4개 거래소는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10%를 처리하는 수준이다. 거래량이 적은 거래소일수록 가격을 조종하기가 쉽다. 이에 대해 CME 대변인은 “앞으로 더욱 많은 거래소 가격을 지표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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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CBOE 웹사이트는 거래 시작 10분여 만에 다운됐다. CBOE측은 “웹사이트 방문자 폭주로 평소보다 속도가 느려졌다”며 “모든 거래 시스템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는 18일 시카고상품거래소(CME)도 비트코인 선물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박현영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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