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예루살렘, 유엔 결의 따라 현상황 유지돼야” 우려 표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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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공식 인정할 예정인 것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냈다. [중앙포토]

프란치스코 교황이 트럼프 대통령의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공식 수도로 공식 인정할 예정인 것과 관련해 우려를 나타냈다. [중앙포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인 분쟁지역 중 한 곳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예루살렘의 현상이 유지돼야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예루살렘을 두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대립하는 현실에서 미국이 어느 한쪽의 편을 들어서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6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바티칸에서 열린 수요 일반 알현에서 예루살렘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상에 “지난 며칠간 전개된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모든 당사자국이 유엔의 결의안에 따라 예루살렘의 현재 상황을 존중할 것을 진심으로 당부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이어 “예루살렘은 특별한 도시이자 유대인과 기독교 신자, 이슬람 신자 모두에게 신성한 곳으로 평화를 위한 특수한 소명을 지니고 있다”며 “이미 다수의 잔혹한 갈등으로 얼룩진 이 세상에 새로운 긴장이 더해지지 않도록 지혜와 분별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6일 오후 1시(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식 인정하고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을 추진하는 내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에 당사자인 팔레스타인은 물론 친미 성향의 중동 국가들마저 강하게 반발했다.

국제사회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90개국 대사관도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있다.

유엔은 1947년 예루살렘의 특수한 성격을 고려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 특별관리지역으로 삼는다는 내용의 결의 제181호를 내놨고, 현재까지도 유효하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지난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때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1977년 예루살렘을 자국 수도라고 선언했다. 반면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을 미래 자국의 수도로 보고 있다.

박광수 기자 park.kwa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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