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군 아프간철수의 배경과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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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고르바초프」소련공산당서기장의 아프간주둔 소련군철수계획은 다음달로 예정된 제네바에서의 UN중재하의 평화협상에 돌파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평화협정이 3월15일 이전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건은 달고 있지만 소련군 철수 일정이 협상의 최대 이슈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반군을 대표한 파키스탄측에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79년 침공이래 소련은 3만명 이상의 희생자를 내고 3백억달러 이상의 전비를 부어넣으면서도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하기는커녕 오히려 미국이 월남전에서 당했던 것과 같은 곤경에 빠지면서 군사적 해결보다 정치적 해결을 택하게 됐다.
82년부터 시작된 UN중재하의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간의 평화협상은 그동안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아프가니스탄이 파키스탄과의 직접회담을 주장하다가 86년부터 「고르바초프」서기장이 철군을 공공연히 얘기하면서 지난해1월 아프가니스탄 정권도 UN주도하의 협상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돌아섰다.
소련은 회교국가들의 불신을 씻어주고 또 막대한 군사비부담, 국민들의 불만 등 우려가 있는데다 국내개혁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도 가능한한 빨리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을 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반군을 대표해 협상에 임하고 있는 파키스탄도 자기 영토내의 3백만 난민의 생계지원에서 비롯된 경제난, 자국민과의 갈등에서 빚어지는 치안문제 등으로 소련의 철수를 위해 반군을 설득시킬 것으로 보인다.
아프가니스탄반군은 현재의 친소정권을 대신해 임시정부 수립까지 고집하며 전쟁수행에 필요한 대부분의 원조를 파키스탄을 통해 받기 때문에 어느정도 파키스탄측의 설득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만 반군쪽에도 여러갈래의 파벌이 의견을 달리하고 있어 그들간의 의견조정도 큰 문제로 남아있다.
미국측은 일단 소련의 철군계획을 환영하고 있지만 소련이 철군과 동시에 미국의 반군지원이 중단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미국측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미국 내에서는 소련이 현 아프가니스탄정권의 퇴진까지 받아들이겠다는 자세에 의혹을 보이면서 반군에 대한 지원을 계속해 소련이 더 이상 복선을 깔지 못하도록 만들자는 여론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여온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철군계획이 단계적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점에서 철수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봐 8년간 계속돼온 전쟁이 금년안에 타결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전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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