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상가 전자제품값 덤핑은 "옛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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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근의 물건값 인상러시는 전자덤핑 상가인 종로세운상가에도 예외가 아니다. 가전3사의 「물량밀어내기」자제와 공산품가 인상 움직임 등에 영향받아 표시소비자가격의 65∼70%선에 거래되던 세운상가 전자제품의 할인판매 가격이 요즘에는 75∼80% 선까지 올랐다.
『예년에 비해 대리점 등에서 밀려나온 물량이 절반수준에 불과하다』는게 세운상가 상인들의 얘긴데 특히 가전3사의 「간판」품목인 컬러TV·냉장고·세탁기 등의 경우 신제품을 기준한 할인율이 15∼20%선에 그쳐 현찰 구입시 10%정도 할인이 일반화된 대리점가격이나 각종 판촉행사를 통해 5∼1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백화점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세운상가에서 요즘 구입 가능한 제품별 가격을 보면 34만원대로 표시된 신형 투도어 냉장고(2백ℓ)가 27만원대, 41만원대의 음성다중컬러TV(l6인치)가 34만원대, 31만원선의 팬히터가 25만원대다.
수출호조에 국내수요도 크게 늘고있는 레인지의 경우 할인이 더욱 박해 12만원대로 표시된 그릴 가스레인지가 10만원, 32만여원의 전자레인지가 26만원이상으로 거래되고 있다. 그래도 만만치 않은 가격의 전자제품을 대폭 할인해 살수 있다는 세운상가의 매력은 여전하다.
물량이 남아도는(?)VTR·오디오제품은 요즘도 최신형기준 30∼35%까지 할인된 가격(99만원대 VTR가 70만원선까지)에 살수 있으며 최신모델을 조금 비껴간 구 모델의 경우 기능에 차이가 없어도 30∼35%정도의 할인이 가능하다는 것.
앞서의 음성다중 컬러TV를 예로 들면 같이 41만6천원으로 소비자가격이 표시됐음에도 신 모델이 33만원대인데 비해 지난 모델은 29만원선에 흥정이 가능하다.
따라서 신·구 모델을 고루 취급하는 이곳을 이용, 점포 서너군데를 돌면서 최신기능에 보다 할인 폭이 큰 제품을 골라 사는게 지혜인 셈이다. 상가에서 만난 한 신혼부부는 세탁기·냉장고·TV·전자밥솥·다리미 등 일체를 76만원에 구입, 시중에서 보다 40만원이상은 절약했다며 흡족해하는 표정이었다. 이번 겨울 난방기구의 수요패턴은 고가·다기능제품 중심이었다는게 관련상인들의 얘기다.
「가격이미지」를 위해 전략적으로 전자제품을 할인해 팔고있는 시내백화점들의 경우30만원내외의 팬히터가 이상난동에도 불구, 지난 10∼12월새 동이 나다시피해 전년대비 판매실적이 배 이상 올랐으며 15만∼20만원대의 가스난로도 40∼60%씩 판매신장이 됐다는 것.
전기히터 역시 단순복사형이 아닌 팬 부착 송풍형을 중심해 30∼40%씩 찾는 이가 늘었다는 것이다. 반면 4만∼8만원선의 석유난로는 전년에 비해 두드러지게 판매가 급감했다는게 백화점들과 세운상가의 공통된 현상이었다. <박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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