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영화사서 자금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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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최근 한국에 상륙한 미국영화사들이 불법비디오 단속자금까지 지원하고 나서는 등 한국시장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영화수출협회(MPAA)는 지난해말 한국음반협회(회장 임정수)에 미국영화를 임의 복사하는 불법비디오 단속자금을 지원하기로 약속, 한국측이 신청한 연간50만달러(약4억원)씩을 지급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음반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이같은 사실을 밝히면서 미국측이 최소한 20만달러 이상은 보내올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영화사들이 한국의 불법비디오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은 지난해 가을부터. 지난해 9월26일부터 30일까지 제2회 동경국제영화제 프로그램의 하나로 열린 세계저작권세미나에 참석했던 MPAA의 「잭·발렌티」회장은 한국측 참석자인 김종해 전 음반협회장에게 한국의 불법비디오 실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부탁했다는 것.
그후 한국음반협회측은 MPAA 극동담당 책임자인 싱가포르의 「팽·주·셍」과 긴밀한 협의 끝에 최근 50만달러를 공식 요청했다.
음반협회의 신현택 부회장은 『우리의 불법비디오를 단속하는데 미국의 지원까지 받는다는 것이 한편 쑥스러운 일이긴 해도 단속비용의 수혜자 부담원칙에 따라 그들도 단속자금을 낼 의무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편 MPAA의 한국지사인 AMPEC의 차윤 지사장도 『미국영화가 직접 상륙함에 따라 앞으로 불법비디오문제가 큰 국제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지적하면서『AMPEC는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꾸준히 한국정부로비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힌다.
한국 음반협회측은 현재 유통되는 비디오의 60%이상이 불법비디오라고 판단하고 있다.
협회는 매년 1억원의 예산을 들여 10명의 단속요원으로 자체 단속하고 있으나 단속효과는 미미한 형편이다.
단속요원이 사법권이 없을 뿐 아니라 현행 음반법의 처벌규정도 약해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행 음반법은 『불법음반을 제작·배포·판매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백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적발·고발돼도 대부분 20만∼50만원정도의 벌금을 물고 풀려나는 실정이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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