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정신적 안정|건강한 삶 재조명-허정<서울대보건 대학원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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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에 와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상담을 자주 받는다. 분명히 오른쪽 배에 둔통같은 것이 있어 병원을 찾았더니 별 이상이 없다면서 마음을 편히 갖고 생활하라고 하니 이 얘기를 믿어도 되는 것이냐는 것이다.
또 변이 고르지 않아 병원에 갔더니 과민성 대장증후라면서 너무 신경을 쓰는 생활을 삼가라는데 정말 신경 때문인지, 아니면 몸에 큰 병이 있는 것을 의사가 찾아내지 못한 것은 아닌지 하는 것 등이다.
사실 최근에 와서 환자의 질병원인을 말할 때 심인성이니 신경성이니 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모두가 마음 때문에 병이 생겼다는 뜻이다. 즉 자신의 마음을 제어하지 못한데서 육체가 마음에 의해 괴로움을 여러차례 당한 끝에 질병으로 발전했다는 얘기다.
우리들의 건강을 좀먹는 가장 큰 위험인자를 든다면 바로 우리들의 생활태도 자체에 있다. 능률위주로 빠른 성과를 추구하는 오늘날의 실용주의·출세주의 생활철학 자체가 현대인의 문화병을 증가시키고 있다.
필자의 기억을 더듬어보더라도 선인들은 너무 일찍 성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서 소년 등료야말로 가장 큰 불행의 하나로 손꼽았다. 벼슬은 절대에 이르러 시작하고 70세에 스스로 물러난다고 해서 「40시사, 70치사」라고 했다.
술좌석에서 실패한 동료를 위로하기 위해 대기만성이라 말하는 사람은 있겠지만 능률적으로 짧은 시일안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성과주의 철학이 몸에 밴 현대인 중에선 아무도 그대로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변리와 능률을 위해 현대인은 교통수단을 개발했고 자동차가 늘어나자 몸이 편해진만큼 육체적 활동량이 줄어들어 성인병을 유발하게 되었고 각박한 경쟁은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해서 위장병·고혈압·당뇨병·정신신경증의 증가를 가져왔다.
모두가 자기자신의 희노애락을 둘러싼 마음 관리를 잘못한 때문이다. 동물실험을 해봐도 스트레스를 주면 주궤양이 생기고 부신에서 아드레날린이 나와서 위장장애를 일으키고 고혈압을 유발하게 된다.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얘기가 있듯이 대인관계의 긴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정신적 불안을 보상할 수 있는 가벼운 운동을 계속하고 능률제일주의 생활철학에서 한발짝 물러나 진짜로 대기만성하는 생활태도를 몸에 붙여야한다. 자신을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의 안정, 그것이 성인병예방의 첩경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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