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여 의원도 "욕먹을 짓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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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이라고 보는 것이 당연한 걸까, 아니면 개인적인 일로 묵인해야 할까.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 이야기다. 그는 26일 부산에서 출판기념회를 열어 "특정 정당을 30년간 보호하는 게 옳으냐, 주도세력.중심세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용 환경부 장관이 19일 여당의 대구 집회에 참석했다가 선관위의 경고를 받은 지 불과 일주일 만의 일이다. 5.31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 대신 열린우리당 후보가 될 자신을 밀어달라는 얘기라는 걸 참석자들은 잘 알고 있었다.

야당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 명백한 불법 사전선거운동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오 장관을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했다. 김재원 기획위원장은 "오 장관의 형이 급조한 향우회 회원까지 대거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대변인은 "불법에 앞서 국무위원으로서 국무를 소홀히 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여당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지도부는 현장에서 찬조 연설을 했지만 개별적으로 전해들은 의원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서울지역 A의원은 "법적으로 문제 없이 치렀겠지만 국민이 좋게 볼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의원은 "욕먹을 짓을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리는 C의원은 "참여정부와 어울리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정치권에선 지방선거를 앞둔 여권의 초조함을 지적하는 사람이 많다. 지도부가 선거 결과에만 집착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오 장관 본인의 몰상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과정이 어떻더라도 선거를 책임지는 여당 지도부는 출판기념회 개최를 장관 퇴임 후로 말렸어야 했다. 이러면 정부의 공명선거 의지가 퇴색된다고, 결국에는 선거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막았어야 했다. 지금 국민은 선관위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김정욱 정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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