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적자해결책 밖에서만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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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워싱턴=한남규 특파원】쇠고기·담배 등의 한국시장개방을 위한 최근 미국의 자세는 유례 없이 집요하다. 도대체 한국시장이 미국에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며 성사되지 못하면 미국경제가 어떻게 되 길래 이러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한국이 극심한 소값 파동으로 85년 쇠고기 수입을 중단하기 전 연간 전체 쇠고기수임은 7백만 달러, 그중 대미수입이 5백만 달러였다. 미국의 대외 쇠고기수출은 86회계 연도의 경우 6억3천4백만 달러였다. 한국 수입시장을 미국 혼자 전부 장악해도 전체수출의 1% 내외의 비중인 셈이다.
지난주 미 담배수출협회는 대한보복을 정부에 청원하면서 한국수입제한으로 연간5억2천만 달러 씩을 손해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보험시장규모를 미국에서는 50억 달러로 보고 있다. 현안종목 중에서는 덩치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미 압력은 한국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미국은 일본에 대해서도 반도체협정위배를 이유로 작년 봄부터 전자제품에 보복관세를 물리고있고 10여개 농산물시장개방을 위해 GATT에 제소해놓고 있다. 대만에 대해서도 86년부터 포도주·맥주·담배를 집어넣고 있다.
미경제는 86회계 연도중 재정적자가 2천2백억 달러, 무역적자는 1천6백60억 달러라는 어려움 속에 빠져있다. 그 해결책을 밖에서 구하려는게 현 미국의 자세다.
최근 미 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테마가 이 문제다.
미국이 몰락하고 있는가, 미국경제가 공황으로 가는가하는 의문들이다.
그러나 최근 통계를 보면 주택경기만 다소 저조할 뿐 다른 지표들은 절실하다. 전체산업가동률이 잎%에 이르고 28일 발표된 상무성통계에는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이4·2%로 나왔다. 지난10년 간도 소련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서구 어느곳 보다 성장이 높았다.
아직도 부유하고 강력한 것이다. 적자와 외채로 시끄럽지만 세금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기로 마음만 먹으면 곧 다른 나라 수준으로 내릴 수 있다는 견해들이다. 다만 유권자들을 고려한 정치적 의지에 달렸을 뿐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상당부문의 상품시장에서 품질·가격 등의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감출 수 없는 현실이다. 국내시장이 큰 미국은 내수위주경제가 특성이었고 실제로 GNP의 수출입의존도가 자년16·7%에서 86년 14·5%수준을 오락가락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한국 등에 대해 일·본·서독에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수출에만 의존하지 말고 내수증 대 정책으로 돌리라는 구조적 문제까지 들고나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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