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간부가 도박 사건 조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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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서울지검남부지청은 29일 현직 경찰고위간부가 뇌물을 받고 도박사건을 축소조작, 무마해준 뒤 말썽이 나자 다시 엉뚱한 사람이 뇌물을 가로챈 것처럼 꾸며 옥살이를 시켰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섰다.
이 같은 사실은 죄를 뒤집어쓰고 옥살이를 하고 나온 엄??용씨(41·상업·경기도안양시) 가 검찰에 진정함으로써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따라 진정인 엄씨를 조사한 뒤 금명간 관계 경찰간부들을 소환, 조사키로 했다.
엄씨는 진정서에서『서울남부경찰서 이모경정(총경승진예정자)이 지난해 5월 도박사건 피의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사건을 무협의 또는 불구속으로 처리한 뒤 말썽이 나자 엄씨 자신이 돈을 가로챈 것처럼 꾸며 변호사법위반 죄로 옥살이를 하게한 뒤 변호사비용·벌금 등도 물어주지 않았다』며 『이경정은 도박사건을 축소조작한데 이어 뇌물 받은 사실도 조작했다』고 폭로했다.
◇도박사건축소=지난해5월 서울 구로3동남부아파트에서 남자5명과 가정주부9명등 14명이수천만원대의 속칭「도리짓고땡이」를 하다 이경정에게 적발되자 이경정과 잘아는 엄씨를 통해 현금90만원과 함께 사건을 무마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14명중 도박전과가 없는 4명만 1점에 1백원짜리「고스톱」을 치고 나머지 10명은 도박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작, 4명만 불구속입건하고 10명은 무혐의로 풀어주도록 했다는 것.
◇범행 은폐=지난해9월 도박사건으로 풀려난 사람 중 2명이 다른 사건에 관련돼 뇌물사건이 말썽이나 검찰이 도박사건을 재 수사하게 되자 이경정은 엄씨에게 60만원을 돌려주며 『승진에 지장이 있으니 나에게 준 돈을 당신이 중간에서 가로챈 것처럼 해주면 변호사비용등 뒤처리를 맡겠다』고 제의했다.
이에 따라 엄씨는 검찰에서『도박사건관련자 가족들로부터 돈을 방아 이경정에게 주었으나 받지 않아 혼자 썼다』고 진술, 지난해 9월4일 변호사법위반협의로 구속돼 같은 해 11월26일 1심에서 징역6월·집행유예3년·벌금1백50만원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부탁 받았으나 돈 사양>
◇이경정의 말=엄씨로부터 사건무마 부탁을 받은 적은 있으나 돈은 거절했다. 엄씨가 계속 모함을 하고 다녀 내 손으로 엄씨를 구속시켰었다. 엄씨 구속 후 가족들에게 돈을 준 것은 생계가 어렵다고 가족들이 찾아왔기 때문에 인정상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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