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전 감찰관 “우병우, 섭섭하다는 취지로 연락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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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에 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2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등에 대한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석수(54) 전 특별감찰관이 지난해 우병우(50)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 뒤 우 전 수석으로부터 ‘섭섭하다’는 취지의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 이영훈) 심리로 열린 우 전 수석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감찰관은 “민정수석실로부터 감찰에 대해 불편하다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자신에 대한 감찰이 시작되자 추명호 전 국가정보원 국장으로부터 이 전 감찰관 불법사찰에 대한 ‘비선 보고’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감찰관에게 “우 전 수석이 (감찰이 시작되자) ‘선배가 나한테 이럴 수 있느냐. 섭섭하다. 언론에서 문제를 제기하지만 다음 주만 되면 조용해질 텐데 왜 성급하게 감찰 착수하느냐’고 했느냐”고 물었다. 이 전 감찰관은 이에  “섭섭하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감찰관은 또 “언론보도 때문에 애쓰고 있다는 말도 했느냐”는 질문에는 “보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데 감찰관실에서도 그러느냐고 했다. 그런 취지였다”고 했다.

그는 검찰이 “아들 병역특혜 의혹 감찰에 대한 불만 외에도 감찰 개시를 검토하고 있던 정강 관련 감찰 착수 여부에 대해서도 물어봤느냐”고 묻자 “네”라고 대답했다.

이어 “병역 특혜 의혹은 우 전 수석이 방어할 수 있으나 정강은 감사나 수사가 개시되면 방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감찰에 착수하지 말라는 것으로 받아들였나”라고 검찰이 묻자 “저는 그렇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난달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추 전 국장은 2016년 7월 말 이 전 감찰관 주변 인물 등에 대한 동향수집을 부하 직원에게 지시, 이를 우 전 수석에게 2회 보고했다. 이때는 우 전 수석의 처가 부동산 넥슨 매각 등에 대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된 후 이 전 감찰관이 감찰에 착수한 상황이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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