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기반 흔들린다 - 물가대책 충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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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초부터 물가가 위협적이다. 도처에 물가불안 요인이 도사리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알게 모르게 물가가 벌써 많이 올랐다.
자칫하면 지난 82년 이후 안정된 물가가 올해를 고비로 흔들려 그동안 다져온 안정기반이 무너질지도 모른다.
정부는 21일에 올해 들어 것 물가안정대책을 내놓았으나 미흡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책은 가격· 요금인상의 억제와 일부 에너지가격 인하 및 애로 품목의 공급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 보아 이 정도로 물가불안을 떨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미 지난해 고개를 쳐든 물가불안 요인들이 올해 물가를 부추기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도 새로 불안요인들이 가세하고 있다.
국제수지 흑자폭 확대에 따른 통화량 증가, 노사분규 수습을 위한 임금인상, 지난 대통령선거를 치르면서 쏟아진 돈과 일부 생필품의 수급애로, 수해로 인한 일부 농수산물의 품귀현상등은 지난해 주요 물가불안 요인들이었다.
올해만 보아도 물가압력 요인은 많다. 상당 폭의 국제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다시 한차례 고졸임금인상 파동이 불가피할 것이다.
눈앞에 닥친 총선, 지난 대통령선거의 공약실천, 지자제실시, 수입물가상승, 올림픽등 하나 하나가 물가와 관련이 있다.
정부재정 운용의 형편이나 정치적·사회적으로 고조되는 분위기로 볼 때 물가를 휘어잡기가 그리 손쉽지 않을 것이다.
일부 생필품값, 서비스요금, 부동산값이 지금 물가를 선도하고 있으며 새해 들자 어떤 명목을 내세워 자동차, 일부 가전제품 값이 올랐다.
부엌경제가 힘겨워졌다는 주부들의 볼멘 목소리가 벌써 가까이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수요·공급 양측에서 물가앙등 요인이 복합되어 상승작용을 하고 있다.
임금인상, 수입원자재 가격상승이 기업원가를 압박, 「코스트 푸시 인플레」 요인이 되어 많은 공산품 가격이 들먹이고 있다.
통화사이드에서 보면 선거자금과 각종 정책자금살포, 국제수지흑자로 인한 통화증발이 실물수요증가로연결되어 「디맨드 풀 인플레」의 요인이 된다.
정부는 수요와 공급양면에서 보다 강력한 종합물가대책을 세워야한다.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정부의 의욕이 지나치거나, 사회분위기가 너무 들뜨고. 국민들의 소득 보상적 욕구가 지나치면 물가 문제는 그리 간단치가 않다.
안정성장기반을 지키려면 정부는 재정운용의 절제로 모범을 보이는 것이 긴요하고 통화환수 노력 역시 계속되어야 한다. 적절한 시기의 에너지 가격인하, 준조세 철폐등을 통해 기업부담을 덜어줌으로써 민간부문에서 물가불안 요인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 없이 물가문제 해결이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업계에서도 물가고 극복에 최대한 협조해야하며 가계 역시 합리적 소비생활에 노력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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