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서울올림픽은 한국민의 대규모 행사의 조직·운영·관리능력과 친절을 세계인의 눈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험장이다.
올림픽의 성패는 바로 사람 손에 달려있다. 특히 소련·중공 등 동구권 국가들의 대거참여로 올림픽 요원들의 협동과 말씨 하나 하나가 모두 대 동구권 외교와 홍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번 대회에는 1백61개 참가국의 선수·임원 1만3친6백 여명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지도자를 비롯, 5개국 국가수반과 10명의 왕족 등 VIP 14만 명이 참가하고 25만 명의 외국관광객이 몰려온다.
서울대회 각 국의 참가선수와 관람객·관광객이 아닌 올림픽을 제작하는 직접인력은 7만9천2백27명에 이른다.
이중 기간요원이자 준비운영요원은 조직위 직원 1천3백명, 각 경기연맹소속 및 공무원 등 지원요원 1만6천44명, 자원봉사자가 2만8천8백59명이다.
이들 인력은 대회 전후해 크게 나누어 1백26개 분야에 투입된다.
올림픽 기간요원은 각종 복잡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고 대회를 준비하고 운영한다.
따라서 이들의 능력이 대회의 질적 수준을 가름한다.
또한 지원요원의 역할은 기간요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자원봉사자는 서울대회인력 가운데 수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기간·지원요원 등과 같이 조직된 인력이 아닌 자발적 참여 인력이라는 점에서 한국인 일반의 질적 수준의 측정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자원봉사자는 다른 요원들과 달리 무보수 서비스 인력이다. 서울올림픽 전체 소요인력의 36%이상을 차지하는 자원봉사자의 올림픽 기여는 1차 적으로 막대한 인건비의 절약이다. 자원봉사자의 경제적 기여는 흑자 올림픽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다.
자원봉사자가 맡는 직무도 컴퓨터 등 고급인력에서 화장실청소 등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궂은 일까지 다양하다.
8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은 물론 서구에서 개최된 모든 올림픽에서 최고급 인력과 가장 단순하고 궂은 일은 모두 고용인력이 맡았다는 것과 비교하면 서울대회의 자원봉사인력은 그 질이나 봉사정신에서 외국을 능가한다고 볼 수 있다.
지난 85년 서울올림픽대회 조직위가 자원봉사자를 모집했을 때 예상지원자수 2만명의 6배 가까이 되는11만6천명이 응모했다.
이들 지원자는 학생·주부·직장인등 다양한 부문에 고루 분포돼 있어 한국민의 자원봉사 의지가 잘 표명된 것이다.
또 지원자 첫 모집에서 대학생들의 지원숫자가 전체의 2%에 불과해 대학가의 올림픽에 대한 반응이 냉담했던 사실이 단적으로 나타나 학생시위 등과 관련, 우려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계속적인 홍보와 올림픽정신 및 중요성을 납득시킨 결과 최종 집계에서 대학생이 전체 지원자수의 31%를 넘어 대학가와 올림픽간의 거리감이 줄어든 것은 대회조직에서의 큰 수확이었다.
자원봉사 인력이 가지는 중요한 의미는 국민 또는 사회전반의 참여의식 고취와 참여의 실천에 있다. 그러나 자원봉사자들은 업무에의 전문성과 친절, 책임감에 대한 독려와 책임추궁이 어렵다는 조직상의 약점을 안고 있다.
조직위는 따라서 친절교육과 직무훈련 교육으로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직위는 신뢰받을 수 있는 친절을 자원봉사 인력의 교육목표로 삼고 있다.
미소와 친절로 외국인을 대하되 천박해 보이지 않고 임무를 수행하되 딱딱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지난 86서울아시안게임에서의 교훈이었다. 아울러 사대주의적인 과잉친절을 지양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진창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