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 ! 전병두' 선동열·이승엽의 칭찬 릴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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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에 저 친구 누구죠?"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대표팀이 첫 훈련을 한 20일 후쿠오카 간노스구장. 메이저리그 선수들과 수년간 함께 지냈던 이창호 트레이너가 한 선수를 가리키며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에게 물었다. 쟁쟁한 스타플레이어들 사이에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한 투수가 공을 던지고 있었다. 포수 뒤편에 선 선동열 대표팀 투수코치는 "좋아!"를 연발하고 있었다. 이름도, 얼굴도 생소한 그 투수는 한국프로야구에서도 고작 3승밖에 올리지 못한 전병두(22.기아.사진)였다. 누구? 전. 병. 두.

대표팀 훈련장에서 전병두가 뜨고 있다. 훈련 첫날 선동열 코치가 "오늘 던진 투수 가운데 최고다"라고 칭찬하더니 22일 훈련에서는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못 치겠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승엽은 "볼에 힘이 좋아 웬만한 스윙으로는 밀리기 일쑤다. 앞으로 병두의 활약을 지켜볼 만하겠다"라고 칭찬했다. 선발 당시부터 프로에서 눈에 띄지 않았던 성적(통산 3승6패5세이브)이 화제가 됐던 전병두는 이제 더 이상 무명이 아니다. 대표팀 훈련장에서 그를 눈여겨보는 시선이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부산고 출신의 프로 4년차인 전병두는 이번 대표팀 투수진 13명 가운데 왼손투수로는 유일한 국내파다. 한국프로야구 왼손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구위를 지녔다는 말이다. 송진우(한화)나 이혜천(두산)이 후보에 올랐을 때 선 코치가 "아니다. 전병두의 볼이 가장 좋다"며 적극 추천해 선발됐다. 선동열 코치의 마음을 사로잡은 전병두의 구위는 최고구속 145㎞의 직구다. 변화구와 경기운영능력은 아직 미지수지만 직구의 볼끝 하나만은 최고라는 게 선 코치의 말이다. 지난해 스피드와 변화구보다는 제구력과 묵직한 구위를 앞세운 오승환(삼성)을 신인왕으로 키워낸 그가 고른 재목이다.

전병두는 이번 대표팀 막내다. 숙소에서도, 운동장에서도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닌다. 훈련이 끝난 뒤에는 외출도 하지 않고 그저 방에 틀어박혀 지낸다. 게임기도 안 가지고 다니고 컴퓨터도 안 한다. 그저 야구생각밖에 없다는 몸짓이다. 전병두는 "우상으로 삼았던 선배님들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다는 것만 해도 영광이다. 어떤 순간에 어떤 보직이 주어질지 모르지만 인생에 한번밖에 없는 기회로 알고 던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후쿠오카=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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