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의 끝은 어디인가 '아트스펙트럼"믹스트 리얼리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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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모나리자를 기본 이미지로 해 노무현 대통령, 이해찬 총리 등 한국 정치권의 대표 인물을 개.닭 등 동물과 합성해가는 안광준씨의 미디어 아트‘숨 쉬는 트랜지션 모니터-모나리자 2006’(上). 만화영화의 캐릭터를 화석처럼 세월의 공간 속에 매단 이형구씨의 ‘아니마투스’.

소리를 만질 수 있을까. 디지털 미디어를 전공한 이준(35)씨와 전자음악가 장재호(36)씨는 소리를 용기에 담아 보여준다. '미디어 바틀'이다. 똥이 작품이 된다고? 김성환(31)씨는 "아무렴"이라고 답한다. 여자 친구가 본 용변을 크림으로 장식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은 엽기적이면서도 귀엽다. 텅 빈 대형빌딩을 찍은 화면이 썰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옆에 놓인 정교하게 만든 작은 모형 빌딩을 촬영한 영상이미지였다. 정정주(36)씨는 실제와 가상을 뒤섞어 현대인의 혼돈을 끌어냈다.

서울 한남동 삼성미술관 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아트스펙트럼 2006'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현대미술의 수천 수만 갈래를 가리킨다. 16명 작가를 초대해 한국 미술이 달려나가고 있는 맨 앞쪽 양상을 늘어놓은 전시장은 혼돈 속에 질서요, 어리벙벙 뒤에 깨달음을 주는 실험실같다. 눈과 마음으로 편안하고 포근하게 오던 미술 대신 머리를 굴리고 오감을 긴장해 느껴야 하는 현대미술의 숙명, 그 끝은 멀고 아득해보인다. 5월 14일까지. 02-2014-6901(www.leeum.org).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가상인가'를 묻는 이들 목소리에 화답하는 이가 안광준(47.한성대 미디어디자인컨텐츠학부 시각영상디자인전공 교수)씨다. 3월 1일부터 4월 9일까지 서울 안국동 사비나미술관에서 여는 '믹스트 리얼리티(Mixed Reality)'전에 그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선 미디어 아트를 내놨다. 한때 신이 들린 듯 가수면 상태에서 꿈과 환상을 넘나들던 안씨는 그 체험에서 가져온 3차원 가상현실 입체 영상물과 게임 아트 등 10여 점으로 관람객을 신나게 한다. 평면으로 보이던 사람 몸이 특수 입체 안경을 끼면 올록볼록 해지고, 조이 스틱을 조종하면 초현실적인 화면이 벽 너머로 펼쳐진다. 현대미술의 영역을 꿈과 노동으로 확장해가는 작가의 뚝심이 즐거운 개인전이다. 전시 기간 중 둘째 넷째 토요일 오후 11시와 오후 2시 작가와 함께하는 '상상 속으로 풍덩' 프로그램이 열린다. 02-736-4371.

정재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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