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원 깨진 원화, 강세 지속될 듯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58호 02면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가치가 전날 대비 3.9원 오르며 1097.5원을 기록했다. 달러 값이 1100원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9월 29일(1098.2원) 이후 1년2개월 만이다. 원화 가치는 이달 들어 미국 달러화 대비 2% 절상됐다. 같은 기간 일본 엔화가 0.8%, 유로화가 1.3% 오른 것과 비교해 절상폭이 큰 편이다.

통화 스와프, 금리인상 가능성에 #이달 미국 달러화 대비 2% 절상 #“내년 상반기 1066원까지” 전망도

원화 강세를 이끈 요인은 세 가지다. 첫째, 지난달 중국과 64조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연장한 데 이어 최근 6대 기축 통화국인 캐나다와 상설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서 금융 안전망이 강화됐다. 둘째, 북한발 지정학적 위험이 잠잠해지면서 외국인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 지난 9월에만 1조원가량 순매도 했던 외국인 투자자가 지난달 3조2000억원, 이달엔 17일까지 1조37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마지막으로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원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당분간 원화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기 회복과 더불어 국내 경기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이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을 비롯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국내 경제성장률을 상향 조정한 게 원화 가치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외 변수로 꼽히는 미국 세제개편안 시행이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하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법인세 인하 등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통과시켰지만 연내 최종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행정부가 의도한 대로 연내에 극적 타결되더라도 달러 상승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원화 강세가 예상보다 앞당겨져 내년 상반기까지 1차 지지선인 1090원을 깨면 2015년 고점인 1066원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추가적으로 원화 가치가 오르긴 어려울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 절상 요인은 이번에 반영된 데다 원화가 더 오르면 외환 당국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며 “연말까지 달러 환율은 1100원 부근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