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장」의 자유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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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국의 대륙과 대만에서 변화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수의 거목인 중화민국 지도자 장경국 총통이 집권 10년만에 13일 77세로 사망했다.
그의 서거는 장개석이래 본토인 중심의 왕조적 권위주의 지배체제를 유지해온 대륙시대의 종언을 의미한다. 그것은 신임 이등휘 총통이 대만출신이라는 점에서 더욱 극명해진다. 이것은 곧 자유중국의 대만화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중화민국의 인구 1천9백만 가운데 49년이후 대륙에서 쫓겨온 본토인은 18%이고 2%는 인도네시아계의 원주민이다. 나머지 80%는 17세기 청의 중국지배에 항거하여 피난 온 본토계 한족이다.
자유중국의 내부적 모순은 18%의 20세기 이주민이 80%의 17세기 이주민을 지배하는데서 생겨났다.
이런 갈등을 극복키 위해 국부정권은 강력한 전제적 지배체제를 지속하여 아래로부터의 끈질긴 정치적 도전에 직면해 왔다.
그러나 근년들어 장경국 총통은 남의 필리핀과 북의 한국에서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정치적 협공을 받아 정치적 자유를 허용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야당의 허용과 계엄령해제로 나타났다.
장 총통은 본토의 변화와 북경의 평화공세에도 직면했다. 이에 대해 외형상으로는 협상과 타협, 접촉을 반대하는 이른바 삼부정책을 고수하면서 실질적으로는 경제교류를 묵인하고 민간인의 본토 방문을 공식 허용하는 등 신축성을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민주화와 개방화는 지극히 완만하고 제한된 변화에 불과했다.
장경국 총통의 사망은 이같이 한정된 변화를 증폭하고 가속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특히 대만출신자들의 도전이 증대되고 정부의 대응조치는 보다 신축성을 보일 것이다. 그러나 변화의 폭과 속도가 급변하리라고는 예상되지 않는다.
대만은 정치적 차원에서는 엄격한 통제하의 권위주의적 통치였으나 행정차원에서는 자율화가 고도로 지속돼 왔다. 특히 49년이래 실시된 지방자치는 정치 선진국에 뒤지지 않을 정도다.
경제적으로는 중소기업 중심의 자유시장 원리에 따른 개방경제로 지금 1인당 GNP 5천달러와 세계 제2의 외화 보유국이 됐다. 그 결과 중산층이 확고한 기반을 이루고 있다.
이 같은 행정·경제분야의 발전은 대만이 안정되고도 순조롭게 정치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문제는 국민당 정권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있다.
국민당정부는 지극히 보수적이지만 변화에 대해서는 현명하게 대처하여 아직까지 큰 정치적 오류는 범하지 않았다.
자유중국이 어려운 국면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화민국의 지도력과 사회적 안정이 정치적 변화의 위기를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포스트 장」의 중국은 민주화의 진행으로 정치발전이 꽃피고 본토에 대한 배타적 노선의 수정으로 더 이상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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