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기술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공황장애 치료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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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가천대 길병원은 첨단 IT기술의 일종인 VR(Virtual Reality)을 활용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치료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내년 1월 가상현실 치료센터(VR Life Care)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가상현실치료센터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정보통신 방송연구개발 사업계획 중 ‘복합생체반응 정보기반 지능형 VR Life Care 기술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다.

가상현실 치료센터에서는 환자 치료 목적용으로 제작된 소프트웨어를 통해 현실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을 반복 재현하다. 특히 환자의 반응에 맞춰 자극 수준을 맞춤형으로 조절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어려움이 없도록 치료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는 약물이나 인지행동치료를 중심으로 치료한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다.

예컨대 공포증·중독 같은 정신질환의 발병 유발인자를 환자에게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자극에 점점 익숙하게 해 병을 치료하는 식이다.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성진 교수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황장애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현장에 직접 방문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며 “VR을 활용하면 환자 개인별 상태에 따라 자극 수위를 조절하면서 반복 노출해 극복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회피하기만 하는 상황을 반복하던 것에서 직접 부딪쳐 극복하는 식이다.

예컨대 사방이 막혀있는 것에 극심한 공포심을 느끼는 공황장애 환자는 엘리베이터나 승용차 같은 좁은 공간에서 있는 것을 힘들어 한다. 외출을 해도 차량 탑승은 피하고 엘리베이터는 타지 않고 계단을 오르면서 좁은 공간을 피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한계가 있어 결국 외출 자체를 꺼리게 된다. 조 교수는 “탈감작 치료는 임상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가상현실을 이용해 자극수위를 조절하고 반복적으로 스트레스 상황에 노출시켜 불안·공포 심리를 완화하는 치료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길병원 가상현실 치료센터에서는 우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나 공황장애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를 시작한 후 향후 경도인지장애, ADHD로 치료분야를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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