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역풍 헤치고 '전훈 결실'승리 따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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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 5분 선제골을 넣은 김두현(왼쪽에서 둘째)을 이천수(왼쪽) 등 선수들이 얼싸안고 환호하고 있다. [알레포(시리아)=연합뉴스]

아드보카트호가 실전 승리로 41일간의 해외전지훈련을 마무리 지었다.

22일(한국시간) 시리아 알레포의 알 함다니아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시안컵 B조 예선 1차전에서 한국축구대표팀은 김두현의 선취골과 이천수의 결승골로 홈팀 시리아를 2-1로 눌렀다.

객관적인 조건은 한국에 불리했다. 장기간 해외 훈련으로 인한 피로가 쌓였고, 10시간의 시차를 극복할 시간 여유도 없었다. 원정 경기에 따른 일방적인 관중의 응원과 심판 판정의 불리도 있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자 한국이 주도권을 잡았다. 정경호.이동국.이천수 스리톱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결정적인 골 찬스를 합작했다. 허벅지 부상에도 선발 출장한 정경호는 왼쪽 사이드를 돌파, 전반 5분 김두현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수차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박주영.설기현 등과 왼쪽 날개를 놓고 경쟁 중인 정경호는 전지훈련 막판 세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경쟁자들이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주춤하는 사이 한 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김두현.김남일.이호의 미드필더진은 시리아 선수들을 압박, 중원을 지배했고, 포백 수비도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시리아는 전반전에 단 한 개의 슛도 날리지 못했다.

그러나 후반 시작하자마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시리아는 거세게 나왔고, 4분 만에 포백라인의 뒷공간을 열어젖히는 전진패스 하나로 알 카디브가 동점골을 엮어냈다. 한국팀으로서는 당황할 법한 상황이었지만 '해결사' 이천수가 있었다. 이천수는 동점골을 허용한 지 불과 1분 뒤 왼쪽에서 날아온 공을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호쾌한 오른발 논스톱 슛으로 시리아 골네트를 흔들었다. 시리아는 이후 거친 플레이로 한국을 흔들었지만 경기력의 차이를 뒤집지는 못했다.

실전이었지만 전술 변화 테스트도 있었다. 후반 포백라인이 자주 뚫리자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미드필더 김남일을 최종 수비수로 옮기고, 측면 수비수 김동진.조원희를 전진시켜 3-4-3 포메이션으로 바꿨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경기 중에라도 상대에 따라 언제든지 전술 변화가 가능하도록 만들겠다"고 줄곧 강조했었다.

한국팀은 6승1무3패의 성적으로 지구를 한바퀴 반 도는 대장정을 끝냈다. 태극전사들은 24일 귀국한 뒤 3월 1일 앙골라와의 평가전을 위해 27일 다시 소집된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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