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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한국서"배우는"일본 배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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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사진=김성룡 기자]

모리처럼 한국에서 연기와 말을 배워 한국 무대에서 활동하려는 일본 배우들이 늘고 있다. '공항남녀'에 출연한 시오다 사다하루(鹽田貞治.26)와 3월 6일부터 방송될 MBC 시트콤 '소울메이트'에 캐스팅된 오타니 료헤이(大谷亮平.25) 등이 그런 경우다. 일본 배우의 한국 진출은 2001년 유민(26)이 첫 테이프를 끊은 이래 한동안 뜸했지만 최근 한류 붐으로 양상이 크게 달라졌다.

시오다는 "현재 일본에서는 신인들은 물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배우들도 한국행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역도산'이나 '메종 드 히미코'에 출연한 몇몇 배우들이 비밀리에 한국어를 배운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소개했다.

?한류 붐이 한국행 촉진=2000년 '쉬리'이후 '8월의 크리스마스''엽기적인 그녀''내 머리 속의 지우개' 등이 일본에서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영화에 대한 일본 젊은 세대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덕분에 한국행을 고려하는 젊은 일본 배우들이 많아졌고, 일본 연예기획사들도 소속 배우나 연기 지망생들의 한국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게 됐다.

모리는 "한국 영화에는 일본 영화에 없는 힘이 느껴진다. 반면 일본 영화계는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다. 일본 대학에는 연기전공 과정이 거의 없지만 한국은 대학에서 연기를 공부할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시오다는 "소속 기획사(원더프로)에서 우선 한국어를 배워두라는 권유를 받고 처음엔 3개월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그동안 만난 사람들이 좋아 한국에 남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신인이긴 해도 일본에 소속사를 두고 정식 데뷔한 사람들이다. 시오다는 일본 영화 '탁구온천''사이코' 등에 출연했으며, 모리도 일본에서 공포영화 시리즈물로 유명한 '토미에 리플레이' 5편에서 간호사 역을 맡았다. 오타니는 일본의 화장품 회사 시세이도의 모델로 활동하다 2003년 국내에서 던킨도너츠 CF로 좋은 반응을 얻은 뒤 KTF.현대차 등의 CF에 출연했다.

?언어장벽이 가장 문제=일본 배우들의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언어장벽이다. 그래서 한국에 오면 제일 먼저 대학 어학당에 등록해 말부터 배운다. 1년 정도 열심히 하면 일상대화에는 별로 문제되지 않는 수준까지 오른다. 그러나 아무래도 외국인 티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주로 일본인 배역을 맡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오타니는 '소울메이트'에서 실제 직업과 같은 일본 패션모델을 맡았다. 그는 "솔직히 한국어 발음이 어색해 걱정을 많이 했다. 촬영에 앞서 대본을 돌려 읽을 때 감독과 다른 출연자들이 많이 도와줘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모리와 시오다는 영화에서 모두 일본인 여행자로 출연해 거의 모든 대사를 일본어로 했다.

이들은 최근 일본 시장을 겨냥한 한국 영화나 한.일 합작 영화.드라마가 잇따라 만들어지면서 한국에도 일본 배우의 수요가 많아지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역도산''청연' 등의 영화에 일본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으며, CJ엔터테인먼트는 일본 가도가와픽처스와 공동으로 '착신아리 파이널'이란 공포영화를 제작 중이다. '눈부신 하루'는 독립영화 배급사 인디스토리가 지난해 광복 60주년을 기념해 만든 영화다.

시오다는 "배우가 연기를 잘하면 말이 조금 안 통해도 가슴으로 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한국을 중심으로 활동할 생각이고, 올해 안에 다른 한국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모리는 "앞으로 합작 영화.드라마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양국 문화교류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주정완 기자 <jwjoo@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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