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MB, 수사 관련 질문에 미소 지은 채 "수고하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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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을 방문하기 위해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바레인을 방문하기 위해 12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적폐청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5일 바레인 강연을 마치고 입국했다. 취재진의 질문엔 미소만 보이며 말 없이 공항을 빠져나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이 "보수 통합 관련 복안이 있느냐" "(최근 수사상황에 대해) 추가적으로 할 말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수고들 하라"는 말만 남기고 차에 탑승했다.

 앞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바레인으로 출국하면서 적폐청산 활동에 대해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이버사령부 댓글 지시 의혹에 대해 "상식에 벗어난 질문은 하지 말라· 그것은 상식에 안 맞는다"며 전면 부인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국가정보원을 통한 여론 조작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11일 이를 주도했다는 혐의로 김관진 전 국방부 장관이 구속되기도 했다. 당초 이 전 대통령 측은 “우리도 (노무현 정부) 자료 있다”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 측은 귀국에 앞서 “국내 정국 현안 관련 메시지는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었다.

이 전 대통령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데는 그간 충분히 메시지를 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은 바레인 방문 동안 매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 정치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13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바레인에 도착해 페이스북에 "외교사절 및 고위공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저는 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오늘날과 같은 성장을 이룩한 비결은 교육과 국민의 단합된 힘이었다고 강조할 예정"이라고 썼다. 사회적 통합과 단합을 강조하며, 문재인 정권의 '적폐청산'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바레인에 도착해 마이 빈트 모하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문화 장관과 함께 '바레인국립박물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이명박재단 제공=연합뉴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바레인에 도착해 마이 빈트 모하메드 알 칼리파 바레인 문화 장관과 함께 '바레인국립박물관'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이명박재단 제공=연합뉴스]

일각에서는 김 전 장관 이후 이명박 정부 관련 인사의 추가 구속 등이 없었던 점에서 확전에 부담을 느끼는 청와대와 이 전 대통령 측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관측도 나온다.

친이계 조해진 전 의원도 이날 오전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통령을 지원사격했다. 그는 “군 사이버사령부 인원 증강은 북한 디도스 공격 등에 대응 차원이다. 조직 증원 지시를 두고 검찰이 대통령이 댓글조작 공범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반박했다.

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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