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범 꼭 잡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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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인간이 저지르는 범죄 가운데 최악의 범죄는 유괴다. 인간의 고귀한 생명과 존엄성을 파괴하고 부정하는 범죄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회를 파괴하고 인륜을 좀먹는 사악한 범죄란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더구나 천진난만한 어린이를, 무방비상태에 있는 연약한 어린이를 인질로 해서 목돈을 챙기려는 비열한 공격성향의 범죄여서 반사회적이고 반인간적인 범죄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에 일어난 두건의 어린이 유괴사건은 분노와 전율과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한 어린이는 몸값까지 받고도 한달이 넘도록 풀어주지 않고 있으며 또 다른 어린이는 소식조차 없다. 몸값을 챙긴 범인은 딸의 목소리만이라도 듣게 해달라며 울면서 애원하는 어머니의 호소마저 외면했다. 스스로 인간이기를 거부하는, 인간일 수 없는 저주받을 흉악범이다.
우리는 이같은 일련의 사건을 보고 도덕적 평형과 윤리적 준거를 잃은 썩고 병든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여간 개탄스럽지 않다. 아무리 허영과 사치가 판치고 배금과 물질만능의 사회라 해도 인간을 인질로 삼아 땀한방울 흘리지 않고 남의 돈을 거머쥐려는 세태에 이르렀는지 한심스럽기만 하다.
이건 원인을 따지면 타락한 사회의 생생한 상징이고 도덕적 파탄의 증상에 불과하다. 한탕주의의 발로이며 싹쓸이 문학의 소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늘 사회의 이같은 병리현상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고, 무언가 본원적 처방을 내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해왔다. 사랑과 믿음이 풍만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야만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유괴사건 수사의 일반적 패턴인 비밀수사 관행을 깨고 공개수사에 돌입했다. 또 이례적으로 범인과 유괴당한 어린이의 어머니와의 대화녹음까지 방송토록했다. 경찰이 비밀수사의 한계성을 짐짓 깨닫고 서둘러 공개수사체제로 전환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두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것이다. 하나는 어린이의 생명보전이다. 범인을 늦게 잡는 한이 있거나 수사비용과 인력의 동원 등 치러야할 댓가가 적지 않더라도 결코 어린이가 희생되지 않도록 최선을 기울여야한다. 여기엔 1계급특진 경쟁이나 공명다툼이 절대로 있어선 안 된다.
다음으로는 범인을 반드시 검거해야만 한다. 이같은 추악하고 파렴치한 범인을 잡아 응징하지 못한다면 경찰의 명예는 물론, 사회의 기강과 도덕은 바로 설 수 없다. 더구나 제2, 제3의 유괴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서도 몇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잡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 국민들도 수사에 협조를 아끼지 말아야할 것이다. 이번과 같은 유괴사건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유괴의 아픔을 다같이 나누고 유괴범으로부터 가정과 사회를 지키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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