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성심병원 수간호사, 동료에게 김진태 후원금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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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노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노출 의상을 입고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림대 성심병원이 병원 체육대회에 간호사를 동원,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춘천성심병원 수간호사가 동료 간호사에게 지역 정치인의 후원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춘천성심병원 수간호사 동료에게 정치인 후원금 요구 #후원자 이름 등 적힌 엑셀 파일도 나와 #강원도선관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서면 경고

강원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춘천성심병원 소속 수간호사 A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서면 경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선관위에 따르면 A씨는 동료 간호사들을 상대로 자유한국당 김진태(춘천) 국회의원에게 10만원의 정치 후원금을 내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 한림대성심병원 홈페이지]

[사진 한림대성심병원 홈페이지]

A씨는 카카오톡을 통해 동료 간호사에게 ‘지난해처럼 김진태 의원 후원금 10만원 부탁해. 연말에 연말정산 영수증으로 10만원 돌려받고… 부서에 4명 정도씩 유엠(UM), 시엔(CN), 올드 한두 명 하기로 했거든…’이라고 보냈다. 유엠은 수간호사, 시엔은 주임간호사를 말한다.

A씨는 지난해에도 김진태 의원실에서 작성된 후원금 안내문을 병원 내부 메일을 통해 일부 간호사들에게 보냈다.

익명을 요구한 춘천성심병원 관계자는 “김진태 의원 후원금을 안내하거나 알선하는 행위는 수년 전부터 있었다”고 했다.

한림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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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후원금 지급 여부를 적는 ‘엑셀 파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후원금 입금자 리스트’라는 제목의 엑셀 파일을 찍은 사진을 보면 이름과 휴대폰 번호, 생년월일, 우편번호, 영수증 수령지 주소 등의 항목과 함께 ‘춘천성심병원 인공심장실 또는 춘천성심병원일 경우 부서명만 적어주시면 됩니다’라고 적혀 있다.

또 26번까지 순번으로 나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26명의 간호사가 후원금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진은 한 간호사가 찍은 것으로 리스트에 적힌 4명은 현재 춘천성심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다.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노출 의상을 입고 걸구룹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ㆍ‘직장갑질119’ 페이스북 캡처]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노출 의상을 입고 걸구룹 춤을 추고 있는 모습. [사진 ‘간호학과, 간호사 대나무숲’ㆍ‘직장갑질119’ 페이스북 캡처]

선관위 측은 엑셀 파일을 누가 만들었는지 단정 지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식 자체는 쉽게 볼 수 있는 것으로 보통 후원금을 낼 때 이 서식에 인적사항을 기재해 후원회 측에 전달, 세제 혜택 대상자를 확인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원도 선관위 관계자는 “A씨의 행위는 타인의 의사를 억압하는 방법으로 알선한 행위에 해당한다”며 “정치자금법에는 후원금을 알선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된 만큼 조사를 거쳐 서면 경고 조치했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2월 공개한 ‘2016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 자료를 보면 김진태 의원의 후원금은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2위인 3억1844만5044원을 기록했다

춘천=박진호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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