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사오정] 바레인 출국 기자회견...포토라인 피한 이명박 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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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을 구속하라!”
“이명박을 출국 금지하라!”
12일 정오 무렵 인천공항 귀빈주차장에는 10여명의 시민단체 회원과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이 모여 피케팅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전날 법원이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함에 따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 사건과 관련해 이 전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초청 강연 차 바레인으로 출국하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이 전 대통령이 공항에 도착하자 경호 요원이 손가락으로 무엇을 가리키고 있다.

그곳엔..

포토라인이 있었다.

포토라인은 취재현장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취재원이 잠시 설 곳을 표시한 것이다. 대개 비닐 테이프로 만든 삼각형이다. 취재원이 이곳에 잠시 멈춰 서서 사진 취재에 응하거나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 취재가 순조롭게 끝나지만, 취재원이 무시하고 통과하면 많은 취재 기자가 있는 현장은 일시에 혼란의 도가니에 빠지게 된다. 이런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 포토라인이 운영되곤 한다.

방송 뉴스 화면을 통해 종종 보게 된다. 특히 포토라인은 검찰청 현관과 경찰서 입구에 설치되는 경우가 많다. 피의자 또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위해 유명인사가 수사기관에 나와야 하는 경우 취재진이 많이 몰리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도, 대기업 총수들도, 최순실도, 유명 연예인 등이 대부분 포토라인에 서야했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구속됐다.

12일 이명박 대통령이 출국하는 인천공항 귀빈실 입구에는 2백여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역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삼각형 포토라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 삼각형 테이프에 잠시 눈길을 준 뒤 그냥 지나쳤다.

이 전 대통령은 포토라인을 지나 취재진에게 가까이 접근한 뒤에야 멈춰 서서 입장을 발표했다. 첫 마디는 "지난 6개월간 적폐청산을 보면서 이게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는 의심을 갖게 됐다"였다.

이 전 대통령은 입장 발표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고 공항 청사로 들어갔다. 기자들이 "김관진 장관이 구속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진·글=최정동 기자 choi.jeongd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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