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쑥] 다양한 개념부터 차근차근 정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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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수학 공부는 먼저 개념 정리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사진은 논산 대건고 학생들의 수학 수업 모습.[중앙포토]

박승렬 홍대부속여고 교사

"기현이 친구 △△는 벌써 '수Ⅰ'까지 끝냈다고 하던데 저희집 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큰일이에요." 내가 고등학교 수학 교사라고 아들 친구의 부모는 나에게 조언을 구한다. 나는 당연히 "댁의 아드님도 하면 될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려다가 그 부모의 애타는 심정을 헤아려서 그만둔다. 대신에 중학교 수학과 고등학교 수학의 차이점에 대해 말해준 뒤 약간의 방법을 제시해 준다. 하지만 결론은 본인이 해야 한다는 것에 결국 도달하고 만다. 나도 예비 고1 아이를 둔 학부모이기에 전국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먼저, 중학교 수학과 고등학교 수학의 차이점을 살펴보자.

첫째, 문자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중학교 수학에서는 수를 가지고 수학의 개념과 구조를 익혔다고 한다면 고등학교 수학은 문자를 가지고 학습을 한다. 이것은 수학의 중요한 학습목표 중의 하나인 '일반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자를 사용함으로써 학생들에게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나누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은 '귀찮음'을 동반하게 되는데 결국 고등학교 수학은 귀찮아 하는 학생에게는 힘든 교과목이 된다. 하지만 이런 특징을 알고 고등학교 수학을 접하는 학생은 조금은 접근이 수월할 것이다.

둘째, 개념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고교 과정을 마친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수학의 어려운 점을 질문해 보았을 때 대부분이 고등학교 수학은 개념이 다양하므로 명확한 개념의 이해 없이는 문제 자체에 대한 접근이 어렵다는 것을 지적한다. 즉, 수학은 단계별 학습을 요하는 과목이므로 중학교 수학의 개념을 정리한 뒤 고등학교 수학 교과서를 가지고 개념정리를 차근차근 하는 것이 효과적인 학습이 될 것이다.

셋째, 유형이 다양하다는 것이다. 중학교 때에는 수학을 그래도 꽤 잘 했는데 고등학교 때에는 자신이 없다고 하는 학생과 상담해 보면 그 학생은 '중학교 때에는 학교 수업시간에 어떤 내용을 가르치는구나 생각하다 시험 일정이 발표되면 문제집을 붙잡고 하루 이틀 꼬박 공부하면 성적이 오르더라'는 것이다. 그것은 중학교 수학은 유형이 얼마 되지 않아 그러한 학습이 통했을지 모르지만 고등학교 수학은 그 유형이 다양해 수업 전 예습, 충실한 수업, 철저한 복습을 하지 않으면 그 유형들을 단시간에 익히지 못해 고등학교 수학이 어렵게 되고 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차이점을 알고 다음과 같은 학습방법을 시도해 보기 바란다.

첫째, 문제의 핵심만 연습장에 옮겨 적는 습관을 들인다. 나는 개인적으로 집에 물백묵 칠판을 걸어 놓고 아이들이 문제를 풀 때 사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만 뽑아서 칠판에 적게하고 문제집을 덮은 뒤 칠판에서 고민해 해결하게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그러면 풀이과정도 깔끔하게 쓰는 습관이 들게 되어 주관식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둘째, 모든 문제를 처음 보는 문제처럼 대하라. 학생이 문제를 접하는 태도 중에서 "이것 내가 아는 문제군!"이라고 무성의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결국 그로 인해 자신이 곤경에 처하게 된다. 아는 문제라도 처음 보는 문제처럼 겸손한 마음을 가질 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실력이 붙게 된다.

셋째, 모르는 문제는 머릿속에 담고 다녀라. 자신의 머릿속에 미해결 문제를 담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학습량이 적거나 다루고 있는 문제의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해결 문제 하나 이상을 담고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에 그 문제의 실마리가 보이고 스스로 해결하는 순간의 기쁨은 겪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부모님들은 다음과 같은 도움을 자녀들에게 줄 수 있다.

① 하루에 2시간 이상 학습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② 함께 공부한 후 서로가 질문하고 답할 수 있는 짝을 만들어 주도록 한다. (트윈 학습법)

③ 한 단원을 여러 권의 책으로 학습해야 효과적이므로 책 사는 것에 투자를 아끼지 않도록 한다.

박승렬 홍대부속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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