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이웃주민 험담한 30대 여성에 '모욕죄' 벌금 50만원 선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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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 주민이 남의 흉을 보고 다닌다'며 험담을 한 행위가 '모욕'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적시한 것이 아니므로 '명예훼손'은 아니지만 '모욕'으로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웃 주민이 남의 흉을 보고 다닌다'며 험담을 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모욕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과 무관한 사진) [중앙포토]

'이웃 주민이 남의 흉을 보고 다닌다'며 험담을 한 행위에 대해 법원이 모욕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사건과 무관한 사진) [중앙포토]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11단독 박나리 판사는 이웃 주민에 대해 험담을 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모(38·여)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다만 박 판사는 이씨의 행위를 검찰이 적용한 '명예훼손'이 아닌 '모욕'으로 판단했다.

이씨는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서 다른 주민들에게 A씨에 대해 "A씨가 '저 집은 바람피우고, 저 집은 애인 있네'라는 식으로 흉을 보고 다닌다"며 허위사실을 말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놀이터에 케이크를 갖고 나온 A씨가 자신의 아들에게는 이를 먹지 못하게 하자 홧김에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박 판사는 "명예훼손에서 '사실의 적시'란 가치판단이나 평가를 내용으로 하는 '의견표현'에 대치되는 개념"이라며 "피해자가 '뒷담화'를 한 대상·상대방·시기 및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은 다른 사람의 '뒷담화'를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는 취지"라고 판시했다. "피고인의 피해자에 대한 추상적 판단이나 평가에 불과해 이를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면서도 "공소사실에 대해 모욕죄를 유죄로 인정한 이상 주문에서 따로 무죄를 선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명예훼손은 사실이든 허위이든 '구체적 사실관계'를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범죄인데 반해 모욕죄는 추상적 판단이나 욕설 등으로 명예를 훼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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