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간 홍준표 “박정희 존경” 말했지만 시위대는 “배신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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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 단상)가 1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 콘서트’에 참석했다. 홍 대표 인사말 도중 승복 차림의 한 남성이 청중석에서 일어나 고함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조치 이후 처음으로 대구를 방문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 단상)가 10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 토크 콘서트’에 참석했다. 홍 대표 인사말 도중 승복 차림의 한 남성이 청중석에서 일어나 고함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조치 이후 처음으로 대구를 방문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홍준표 대표, 다 거짓말.”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뒤 첫 방문 #가는 곳마다 시위대 항의·욕설 #홍 대표 “비난 감수하고 출당 결단 #당사에 박정희 사진 걸겠다” 밝혀

10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중들에게 강한 항의를 받았다. 지난 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출당시킨 이후 처음 찾은 대구에서다.

이날 홍 대표는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박정희 대통령 탄생(1917년 11월 14일) 100돌 기념’ 행사장을 찾았다. 행사장에 홍 대표가 나타나자 청중들이 술렁였다.

홍 대표는 “써준 원고가 있는데, 그보다 제가 드릴 말씀을 별도로 드리겠다”며 들고 있던 종이를 접었다.

그는 5·16을 ‘혁명’이라고 불렀다. “5·16혁명 때 국민학교 1학년을 다녔다. 혁명 공약을 잘 외운다고 동네 어른들이 칭찬했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6장까지 외웠다. 72년도 10월 유신이 선포될 때 대학을 다녔다. 저희 젊은 시절 기억은 온통 박정희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단과 결기, 추진력을 존경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청중 속에서 항의와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러자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그러는 모양인데 그것도 (출당 이유를) 이야기하겠다”며 웃어 보였다.

좌중에서 박수가 나오면서 욕설을 덮었지만 못마땅한 표정으로 박수를 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팔짱을 끼고 홍 대표를 노려보거나 짐을 들고 퇴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란이 가라앉지 않자 홍 대표는 “출당한 것에 대해 성난 분이 좀 있는 것 같다. (여권은) 박근혜 국정 농단 하고 묶어서 자유한국당을 적폐 세력으로 본다. 저들의 속셈이 뻔한데 어떻게 우리가 그 속셈을 알면서 따라갈 수가 있겠느냐”며 자신의 결정을 해명했다.

홍 대표는 거듭 “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며 “다음주부터 당사에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조국 근대화의 아버지 박정희, 민주화의 아버지 김영삼 전 대통령 세 분의 사진을 걸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홍 대표는 15분간의 인사말을 마치곤 빠르게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답하지 않고 차를 타고 떠났다.

홍 대표는 가는 곳마다 시위대를 만났다. 이날 대구 엑스코 앞에서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홍 대표에 대한 항의 시위가 열렸다. 태극기를 든 20여 명의 참여자가 발언을 이어가며 홍 대표의 결정을 비판했다. 앞서 대구 수성호텔에서 열린 ‘아시아포럼 21 토론회’에 참석했을 때도 시민 50여 명이 호텔 주변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홍준표! 배신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홍 대표는 토론회에서 “지금은 보수우파 전체가 궤멸할 상황”이라면서 “저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하고 결단했다”고 말했다. 그런 뒤 “자유한국당을 다시 한번 밀어주시길 바란다. 지역 주민들의 뜻에 반하지 않게 잘하겠다”고 호소했다. 당초 홍 대표는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취소했다.

대구=백민경 기자 baek.mi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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