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와…』섬세한 감각, 구성도 탁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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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3명의 선자들이 예심통과 작 13편을 돌려가며 모두 읽고 난 후 공통된 의견은 두 가지-전반적인 수준은 예년보다 높았으며 그것은 우리 소설문학의 전도를 낙관케 한다는 것과, 응모작의 대부분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운동권 문제를 다루고 있는바 이 경향은 당연하게 보이면서 젊은 문학도들이 자기시대의 가장 쟁점 적인 문제성들과 당당히 싸우고있는 바람직한 모습과 함께 자칫 의식의 단색화와 소재의 유행화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었다.
13편의 예선 통과작 중 먼저 6편이 토의되었는데『불의 꿈』(정휘문)은 재기 있는 착상에도 불구하고 후반부 정신과의사의 진단 설명이 지나치게 지루했다는 점 때문에,『춘설』 (박명호)은 절망하는 목사의 인물 형성에는 성공했지만 그 절반의 내용에 대한언급이 없으며 그래서 이 작가의 야심대로라면 중편급 이상의 규모로 다시 씌어져야 하리라는 점 때문에, 『겁』(권태현)은 정신병의 위장 동기는 매우 설득력이 강한 현재적 문제성을 갖고 있지만 작위성이 너무 강하다는 점 때문에 탈락되었다.
취향이 다른 세 선자는 나머지 세 편을 놓고 상당히 고심했다. 윤영후의『허리병』은 잔잔한 문체 속에서 우리의 역사적·현실적인 여러 아픔들을 잘 소화해내고 있는 대신 강조점이 미약했으며 박정우의「살아있는 화석」은 박력 있는 문장으로 한집안의 찢겨진 모습들을 성실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 찢겨진 식구들간의 유기적인 관계형성에 미흡했다. 긴 논의 끝에 당선작으로 합의를 본 김기홍의『쥐와 맨드라미』는 이른바 신춘문예 작품의 유형이 갖는 약점과 장점을 동시에 갖고 있어서 빈틈없는 구성의 성공작임에도 상투성의 때를 완전히 벗지 못했다는 느낌에는 선자 모두가 공감했다.
그러나 섬세한 감각과 치밀한 시선, 특히 쥐와 맨드라미의 관계를 매개로 하여, 억압에의 절망과 자유에의 열망이라는 오늘의 우리의 내적 상황에 대한 과장 없는, 그러나 진지한 은유적 표출 수법은 그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훨씬 뛰어넘는 것으로 만든다.
『격리병동』의 김초옥,『빛이 열리는 풍경』의 백남과 함께 다음 기회를 기다리는 분들의 정진을 격려하며 기대되는 새 작가의 출현에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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