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세계경제 「불확실」가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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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도 세계경제는 선뜻전망을 하기가 어느때보다도 힘든 것같다.
주요통화간의 환율이 안정을 찾지못하고 있는데다 국제금리라든지 유가등 주요변수들이 저마다 불확실한 요인들로 가득차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세계경제를 재상승 국면에 끌어올릴것으로 여겨져왔던 이른바 3저현상은 전반적인 경기활황보다는 국가간·지역간의 불균형을 보다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어 왔고 주요선진국간의 환율 및 금리조정은 오히려 실물과 금융부문 사이에 왜곡현상을 심화시켜 지난10월의 주가대폭락이란 불길한 조짐을 초래하기까지 했다.
IMF(국제통화기금)·WEFA(미와튼계량경제연구소)·DRI(al 데이터 리소시즈 인스티튜트)등 세계유수한 경제전문예측기관들의 전망도 이같은 불확실성이 바닥에 짙게 깔려있다.
내년도 세계경제의 기본여건으로 각기관들은 ▲환율조정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못한 선진국들 사이에 재정·금융정책상의 협조가 강화될것이며 ▲국제원유가는 올해보다 다소 높은선 (DRI, 세계평균가격 배럴당 17·89달러→20·77달러)에서 안정을 유지하고 ▲국제금리는 완만한 하락세가 예상(DRI, 미프라임레이트 88년 1·4분기 9·2%→4·4분기 7·75%)되며 ▲달러화 가치는 내년에도 하락세가 이어질것으로 내다봤다.
환율의 경우는 올해 이미 1달러=1백22엔선까지 내려갔음에도 불구, WEFA는 올연말에 1백%엔, DRI는 1백45·7엔으로 예측, 결과에서 크게 벗어났지만 대체로 내년말까지는 다시 7∼10엔정도 더떨어지리라는데는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내년도 세계경제성장률도 WEFA와 IMF는 올보다 다소 높은 3%를 예상했지만 KIET(산업연구원)는 올해(2·6%) 보다 낮은 2·2%를 전망했다.
경상수지는 올해와 큰 차이없이 지역간 불균형이 계속될것으로 보이는데 미국은 1천5백억달러 정도의 적자를, 일본은 8백억달러, 서독은 3백억달러 정도의 흑자를 낼것으로 예측됐다.
미국의 내년도 실질성장률은 WEFA와 IMF가 올해보다 다소 높은 수준으로 예측했으나 KIET는 올해보다 상당히 낮은 2·1%에 그칠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분석시점의 차이에도 기인하는데 KIET는 지난10월19일의 주가대폭락이후 엄청난 자산손실이 생기는 통에 내수신강세가 더욱 둔화될것이란점을 감안한 것이어서 신빙성이 보다높다고 보여진다.
미국경제가 안고 있는 또하나의 문제는 엄청난 무역수지적자와 재정적자인데 예컨대 미경제의 물안정이 더욱 가중될 경우 미국에 들어와 있는 해외자본이 빠져나가고 이는 다시 고금리에 불을 댕겨 투자를 위축시키고 경기후퇴의 길로 들어가지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은 것이다. 세계경제에서 또하나의 큰변수인 개도국외채문제도 지난86년 총1조달러를 넘어선 후 증가세가 뚜렷하게 줄고있는데 이는 개도국형편이 나아져서가 아니라 선진국들이 더 이상 물릴 것을 우려워한 나머지 돈을 잘 빌려주지 않고있기 때문이어서 바람직하다고 보기에는 꺼림칙한 측면이 더욱많다.
내년도 세계경제의 여건이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변화속도가 종래 추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우리경제는 내년에도 8%내외의 실질성장을 기록하며 5백30억달러 정도의 수출을 해 80억달러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를 낼것으로 KIET는 내다보고있다.
그러나 명목임금이 15%오르고 수입단가 상승률이 5%정도 되면 수출감소등으로 성장률은 7%대로 떨어질 경우도 배제할수 없다. 이 경우 정부가 총통화를 22%까지 늘리고 금리를 9%로 1%포인트 낮추는등의 대응을 하면 8%성장이 가능할것이라는게 KIET의 시나리오다.

<박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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