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결정된 내년 최저임금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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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해설>24일 결정된 최저 임금액은 노사 양쪽에서 모두 불만을 나타내긴 했지만 연쇄적인 임금인상 효과와 10만원 미만의 저임근로자 해소를 기대할수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24일 근로자대표 9명 전원이 퇴장한 가운데 사용자와 공익위원대표만으로 공익위원측 중재안을 받아들인 월11만1천원(제1그룹)은 위원회가 자체조사한 단신근로자 표준 생계비11만3천원(87년3월기준)에도 못미치는 수준. 그러나 제1그룹 근로자 1백47만여명의 5·7%인 8만3천여명의 임금수준을 그 이상으로 끌어 올려 전체근로자 임금의 연쇄 상승효과를 기대할수 있게된 것이다.
최저임금은 11만1천원과 11만7천원이지만 그 이하의 저임금 근로자가 제조업종에서는 일소됐고 12만∼15만원선의 근로자도 밑에서부터 임금이 자동인상되는 효과를 얻을수 있다는 풀이다. 이와함께 임금 구조도 최저임금액에 포함되지 않는 각종 부정기 수당이 줄고 기본급의 비중이 커지는 방향으로 개편되게 된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10여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영세하청업체의 이에따른 도산과 경영부실 우려도 없지않다. 기술개발보다는 저임금에 의존, 국제 경쟁력을 유지해온 일부 모기업이 제품원가에 이를 반영해주지 못할 경우 영세하청업체에 상당한 경영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이번에 최저임금제도 적용대상이된 28개 제조업종의 영세기업은 임금인상분을 흡수하기위해 임시직을 늘리고 신규인력 채용을 기피할 가능성도 없지않다. 그래서 사용자측 외원들은 제조업체 전체근로자 평균인금의 40%선인 10만원과 10만5천원을 주장한 것은 실시 첫해로서는 그런대로 명분과 설득력을 갖는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근로자단체의 주장대로 한껏 기대수준을 높여 놓은 최저임금제가 실제액수를 정하면서 그 액수를 단신근로자의 표준생계비도 보장하지 못한 것은 근로자들에게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게 됐다. 근로자들은 각각 14만9천원과 15만5천원씩을 요구했었다.
근로자단체인 한국노총은 24일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근로자들의 최소한도의 인간적 생활을 보장할수 없는 수준의 액수가 근로자대표들이 퇴장한 가운데 가결된 것은 무효』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사용자 단체인 한국경총의『기업의 지불능력을 무시한 수준으로 영세하청업체에는 무리한 부담을 줄 수있다』는 반응과 정면으로 맞서 모처럼 결정된 최저임금의 내년1월 실시 자체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노동부는 이에대해 기본급을 포함한 최저생계비외에 각종 수당을 가산하면 실제로 11만1천원의 최저임금업종 근로자는 l5만∼16만원의 임금을 받게된다고 분석, 한국 노총의 이의 제기를 받아들이지않을 뜻을 비췄으나 이 제도의 첫 시행이 근로자들의 동의를 얻지못할 경우에 생길수 있는 마찰해소는 제도 자체 성패의 관건이 될것으로 전망된다. <김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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