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등단 46세 근로자… 현대자동차 권기만씨 신인문학상 받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8면

지독한 가난 때문에 10대 때 생활전선에 뛰어든 근로자가 시인으로 등단했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동력팀의 권기만(46)씨. 그는 최근 시 '찬밥'으로 월간 문학저널의 제29회 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경북 봉화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홀어머니를 모시고 탄광촌인 강원도 영월로 갔다. 산골에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중.고교를 고학으로 겨우 마친 그는 탄광촌에서 보일러 기사로 일했다.

탄광촌 경기가 시들해지자 권씨는 울산으로 내려가 1986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했다. 보일러 기사 경력으로 동력팀에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다. 매일 오전 8시부터 저녁 잔업까지 마치면 파김치가 되고, 주.야간이 교대로 반복되는 고된 일과였지만 그는 습작을 거르지 않았다. 한번 쓴 시는 독자 입장에서 수백번씩 읽으며 다듬었다. 그러다보니 신인문학상 수상작 '찬밥'만 해도 20줄에 불과하지만 완성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본격적인 시공부에 돌입한 것은 2002년 8월 무렵 '시 산맥' 동인에 가입하면서다. 매달 한번씩 모여 습작을 놓고 회원들끼리 의견을 나누는 게 큰 도움이 됐다.

그해 울산대 사회교육원 시창작과와 울산기능대 문예창작과(1년 과정)도 수료했다. 그는 "시는 치열한 정신자세를 갖게 하면서 생활에 활력을 주기 때문에 단조로운 일을 반복하는 근로자에게 좋은 보약 "이라고 말했다.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