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자원봉사자는 을…" 교통비 부담에 세차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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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이 평창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 있다. 그러나 저는 더는 평창 겨울올림픽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지 못할 것 같다. 진짜 속마음은 아주 망해버렸으면 좋겠다."

1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지역 축하행사. [연합뉴스]

1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지역 축하행사.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시작된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 직무 배정 절차를 놓고 잡음이 새어 나오고 있다. 5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관련 교육 등을 다 받았으나 결국 다른 일로 자원봉사 배치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이번 올림픽 망할 것 같다'는 말이 많이 들렸어도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자기 때문에 함께 참여한다는 기대감을 가졌다"며 글을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작년 여름쯤 지원서를 제출하고 서류에 합격해 원하는 분야로 면접을 봐 최종합격했다. 글쓴이는 "시험 기간 바쁜 시간 쪼개 자원봉사자 교육을 이수했고 10월쯤 난다는 구체적인 지역·직무 등 발표를 기다렸다"고 했다.

그러나 며칠 전 받은 직무 배정결과는 너무 충격적이었다고 글쓴이는 전했다. 경기·취재·의전 분야 등에 지원 후 교육을 받았으나 교통정리 및 안내, 승하차 도우미, 티켓 부스 표 구매 도우미 등 아예 다른 직무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사진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사진 페이스북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결국 직무 배치에 대해 여러 사람이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인원 계획을 잘 못 짰다' '숙소가 부족했다' 등과 같은 설명이었다고 한다. '이해해달라' '자원봉사자들이 없으면 올림픽 운영이 어려우니 즐거운 마음으로 해달라'는 양해도 들었다.

글쓴이는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 면접 보고 교육받고 2월 일정 다 비워두고 기다린 사람들에게 '이해해달라'고 하며 '다른 직무지만 즐겁게 해달라'고 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자원봉사자들은 긴 시간을 투자해 아무 대가 없이 봉사하려던 사람들"이라고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돈이나 좋은 대우는 바라지도 않는다.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달라"면서 "평창·강릉·정선에서 열리는 올림픽 지역을 가는데 전부 자원봉사자들은 교통비를 사비로 가고 있다. 예산이 부족해 지원을 받지 못했다. 그렇지만 저희는 시간과 돈을 들여 아무런 보상을 바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말로는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하면서 이번 일로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자원봉사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었다"며 "그들은 갑이고 봉사자들은 을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과 없이 변명만 하고 있는데 단체행동을 해 다 같이 자원봉사를 그만두면 우리 목소리를 들어줄 것이냐"면서 "원하던 관련 전공과 비슷한 직무조차 배정받지 못하고 한 달 동안 단순히 교통정리나 할 바에는 그 시간에 다른 것을 하려고 한다. 자원봉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성화봉송이 시작된 지금 목소리는 너무 작아 묻힐지 모르나 앞으로 조금씩 변화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2018 평창 자원봉사 모집 공고문. [사진 평창겨울올림픽 홈페이지]

2018 평창 자원봉사 모집 공고문. [사진 평창겨울올림픽 홈페이지]

평창 겨울올림픽 자원봉사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자원봉사자의 올림픽 직무 배정 절차가 시작됐다. 이에 앞서 25일 평창 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자원봉사부 측은 "지난달 12일부터 패럴림픽과 올림픽 일부에 대한 직무 배정을 시작했고 수락 허락 메일을 보냈다. 수락일 당일(10월 24일)까지 이미 8400여명 자원봉사자 중 87.5%가 수락했다. 감사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직무 배정 관련 논의가 쏟아지자 조직위 자원봉사부 측은 지난달 30일 해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전체 자원봉사자 수요 인력이 2000명 줄어든 반면 교통안내(TRA) 자원봉사자 수요가 1600명가량 늘어나면서 직종 간 인력 불균형이 크게 발생한 점, 직종별로 기본교육 1․2차 교육이수율이 달라 직종 간 수요 대비 확보인력 과부족이 발생한 점, 각 FA에서 원하는 자원봉사자를 확보하기 위해 현재 모집된 자원봉사자 외에 전문 직무기술을 갖춘 자원봉사자를 별도로 선발한 점, 특정 직무는 영어 등 외국어 실력이 우선하는 점, 숙박시설이 부족하여 자가숙박자를 우선 확보해야 하는 점, 남녀 성비 균형을 맞춰야 하는 점 등을 직무 변경 이유로 들었다.

이어 "2016년 자원봉사 공고문 유의사항에서 밝혔듯 여러 가지 사정으로 대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부득이하게 직종 변경을 할 수밖에 없는 점을 양해 부탁한다"고 설명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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